미국에서 손꼽히는 부호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1)은 12일 주식투자포트폴리오 투자책임자로 테드 웨실러 씨(50)를 선발했다고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 측은 그가 지난해 영입된 토드 콤스 사장(40)과 함께 버핏 은퇴 이후 524억 달러에 이르는 이 회사 주식 투자포트폴리오의 운용을 총괄하는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웨실러 씨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헤지펀드 운영자다.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 있는 헤지펀드인 페닌슐라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포천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웨실러 씨가 버핏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 7월 점심경매 때다. 그는 버핏이 매년 자선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여는 ‘버핏과의 점심’ 경매 행사에 당시 263만 달러를 낸 데 이어 2010년 행사에서도 같은 액수의 기부금을 냈다.
수많은 점심 경매 응찰자 중에서 웨실러 씨는 유일하게 익명을 고집했으며 참가자 명단에도 자신의 실명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이 익명의 기부자를 수소문해 찾아냈으며 통상 기부 점심 장소로 이용하던 뉴욕의 ‘스미스&윌런스키’ 스테이크하우스가 아닌 자신의 본거지가 있는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의 단골식당으로 그를 따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버핏 회장은 당시 이 자리에서 “오마하로 이사하는 게 어떠냐”는 말로 그에게 영입을 제안했고 최근 웨실러 씨가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웨실러 씨가 버핏의 자서전 작가들에게도 낯선 인물일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외라며 놀라고 있다.
버핏 회장이 잠깐 다녔던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1983년 경제학 학사를 받고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으로 활동했던 웨실러 씨는 2000년 1월 헤지펀드인 페닌슐라캐피털어드바이저스를 세웠다. 이 펀드는 다이렉트TV 등 미디어 관련 주식에 주로 투자하며 운용자산규모는 9개 주식에 모두 19억5600만 달러(2조1000억 원)에 이른다.
그가 받게 될 보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 1분기 말 운용수익률이 1296%(12.9배)로 나와 상당한 금액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외신들은 웨실러 씨가 좋은 수익률을 내왔다는 점과 익명을 고집하면서 자선행사에 적극적이었던 점이 버핏 회장의 눈에 든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는 평소 부인과 함께 각종 자선, 기부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 회장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돈 때문에 오마하로 올 인물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81세인 버핏 회장은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최고경영자(CEO), 최고투자책임자(CIO)의 1인 3역을 맡아왔으며 이 때문에 주주들로부터 은퇴 후 후계구도를 마련하라는 요구를 꾸준히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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