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떠들어서…”日 남성, 도쿄 한국학생 걷어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4일 18시 50분


9살 초등생 전철역서 봉변…학교 측 안전대책 고심

일본 한국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이 등굣길 지하철에서 떠든다는 이유로 일본인 남성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져 학교 측이 안전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14일 도쿄한국학교(교장 양원택)에 따르면 13일 오전 학교 부근 한 지하철역 안에서 이 학교 초등 과정 3학년 A(9)군이 일본인 남성 B(약 45세·회사원)씨에게 발길질을 당했다.

A군은 친구들과 함께 등교하는 중이었고, 이 남성과는 일면식도 없었다. B씨는 역 개찰구에서 갑자기 A군에게 달려들어 다리를 걷어찼고, A군이 울자 주변의 일본인 승객들이 B씨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B씨가 이같은 짓을 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붙잡힐 때 '한국 아이들이 출근길 전철 안에서 떠드는 게 싫어서 (한국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 한 명을 찼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이 다른 학생들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해부터 유사한 일이 7건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측은 이중 상당수를 같은 남성이 한 짓으로 보고 있다. 일본경찰은 B씨가 정신상의 문제를 안고 있을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는 설명했다.

도쿄한국학교는 14일 교사들을 등굣길 역 주변에 배치하는 한편, 담당 경찰서와 지하철역 측에 학생들의 안전 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15일에는 피해자 가족, 고문 변호사와 함께 정식으로 피해 신고를 할 예정이다.

양 교장은 "최근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은 만큼 민족 감정 탓에 벌어진사건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이 일을 계기로 학생들의 안전대책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쿄한국학교는 일본 내 한국계 학교 5곳 중 한 곳으로, 초등·중등·고등학교 과정이 함께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1¤6학년 17학급에 약 620명이 다니고 있고, 이중 100명가량이 같은 지하철 노선으로 통학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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