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형제 뭉친 ‘패밀리 테러리스트’… 결속 강하고 자폭테러 전문
용병까지 1만2000명 거느려… “알카에다 능가 새 위협세력”
“아프가니스탄에서 (앞으로)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은 탈레반이 아니라 ‘하카니 네트워크다.”(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
이슬람무장단체 하카니네트워크가 알카에다 등 기존 세력을 능가하는 테러집단으로 떠올랐다고 서구 언론이 경고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가 ‘아프간 마피아’라 부르는 하카니네트워크는 13일 카불 소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와 미국대사관에 테러 공격을 자행한 주범으로 지목된 조직. 이 공격으로 테러범 6명을 포함해 최소 27명이 숨졌다.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하카니는 이탈리아 마피아와 판박이다. 영화 ‘대부’의 코를레오네 가문처럼 하카니란 성을 가진 씨족들이 뭉친 조직이다. 이 때문에 ‘패밀리 테러리스트’라고도 불린다. 1980년대 부족마을 수준이었지만 잘랄루딘 하카니 족장을 중심으로 9명의 형제 자식이 뭉쳐 인근 부족을 통합하며 힘을 키운 점도 마피아와 닮았다. 영국 BBC방송은 “피로 이어진 결속력과 신속한 명령체계가 장점”이라며 “최근 체첸공화국과 터키에서 용병까지 수입해 산하에 1만2000여 명을 거느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카니는 특히 자살폭탄테러와 첩보활동에 능하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하카니는 직접적인 전투보단 공포를 유발하는 폭탄테러를 선호한다. 2007년 카불 인터콘티넨털호텔이나 2008년 인도대사관 폭발도 하카니의 소행이다. 탈레반에서 이들의 자살폭탄 노하우를 배워갈 정도다. 종교적 색채가 달라 으르렁거렸던 테러조직 ‘파키스탄탈레반운동(TTP)’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파키스탄 군정보부(ISI)와도 끈이 닿을 정도로 노련한 면모도 지녔다. 실제 미국 정보당국이 파키스탄 군부에 하카니의 색출을 요청했지만 파키스탄은 번번이 이를 묵살해 왔다.
주로 아프간 내에서 활동하던 하카니는 2008년 이후 잘랄루딘의 아들인 살라후딘과 시라주딘이 실세가 되며 활동 무대를 국외로 넓히고 있다. 글로브앤드메일은 “2세들은 아버지보다 훨씬 강성”이라며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 테러의 배후라는 정황만 감지되나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 대한 직접 공격도 공공연히 선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카니는 본래 옛 소련에 대항하기 위한 무장조직이었다. 파키스탄의 와지리스탄 북부에 기반을 잡고 있던 잘랄루딘은 이곳에서 1980년대 아프간을 점령했던 소련군에 잦은 군사공격을 감행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아프간전쟁 당시 소련에 대항하고자 이런 하카니 가문을 적극 지원했다.
이 때문에 하카니의 존재는 미국엔 악몽과도 같다. 오사마 빈라덴처럼 미국이 스스로 키운 ‘암 세포’이기 때문이다. 당시 레이건 정부는 잘랄루딘을 백악관에 초청해 “선(善)의 화신”이라 칭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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