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문 폭로 국민들은 “깜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문과 인권 유린 실태가 연이어 폭로되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국 국민은 관련 내용을 거의 모르고 있다. 당국의 철저한 언론 통제로 사실상 국민의 눈과 귀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15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5년간 수감돼 있다 최근에 풀려난 인권변호사 궈페이슝(郭飛雄·44) 씨의 사례를 통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민주화 인사 탄압 실태를 보도했다. 궈 씨는 “감옥에서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매우 특별한 취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부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그동안 변호사와 가족들이 (수감 생활과 관련해) 전한 말은 모두 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궈 씨는 수감 중 전기로 성기에 충격 가하기, 13일 동안 잠 안 재우고 심문하기, 42일간 침대에 묶어 두기, 동료 수감자들로부터 두들겨 맞기 등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에서 복역하는 동안 단식투쟁을 했으며 당국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대우 때문에 더는 당국을 믿을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궈 씨는 인권운동가들에게 “더 많은 적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나는 당분간 건강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말해 감옥에서 받은 협박과 사상 교화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14일에는 인권변호사 장톈융(江天勇) 씨가 올 2월 공안당국에 끌려가 구타와 고문 등 인권 유린을 당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폭로했다.

▶본보 15일자 A19면 참조
A19면 2월 ‘재스민’ 관련 연행 中 인권변호사 악몽의 2개월…


하지만 15일 중국 인터넷상에는 장 씨의 폭로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거의 없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이 발생할 때 가입자가 2억 명에 이르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는 언론 통제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 여론을 주도한다. 하지만 이날 장 씨와 관련한 언급은 10여 건에 불과했다.

중국민들이 장 씨의 폭로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본토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전혀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씨 관련 기사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영어로 발행되기 때문에 본토의 중국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