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지금]‘청렴’ 강조 주룽지 책은 불티… 지방관리 호화판 순시는 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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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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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최근 중국에서는 공직자의 청렴을 강조하는 전 총리의 책이 출간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부 관리들의 흥청망청 지방순시 실태가 폭로돼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부총리와 총리 재직 때의 회의록 강연 서신 등을 모아 4권짜리 ‘주룽지 장화스루(講話實錄)’를 이달 초 출판했다.

책에는 그가 취임할 때 지방 관리들에게 당부한 행동규범들이 수록돼 있다. 즉 △시찰 때 수행단을 적게 꾸리고 만찬이나 환영환송회 등을 하지 말 것 △회의를 줄이고 회의시간을 짧게 할 것 △하급 행정단위가 여는 회의에 헛된 말을 하기 위해 참석하지 말 것 등이다. 또 현장시찰 때 진실을 알려면 현지 정부가 마련한 일정에서 갑자기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주 전 총리는 부패세력과 싸우면서 “100개의 관을 준비하라. 그중 하나는 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관리들의 현주소를 보면 주 전 총리의 당부는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것 같다. 15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후베이(湖北) 성 당위원회 순시팀 13명이 최근 성내 가장 가난한 농촌지역인 쯔구이(자歸) 현을 돌아보면서 20일 만에 80여만 위안(약 1억4000만 원)을 사용했다.

지출 내용은 △술 담배 비용 14만여 위안(약 2438만 원) △선물구입비 11만여 위안(약 1921만 원) 등이다. 그 지방의 가장 좋은 호텔 2개 층을 몽땅 빌렸고 여객선도 통째로 임차했다. 공연을 보면서 만찬을 벌이는가 하면 한 간부는 6400위안(약 111만 원)짜리 휴대전화기를 장만했다. 순시팀원 1인당 하루 소비금액이 약 3000위안(약 52만 원)으로 이 지방 농민의 1년 수입과 엇비슷하다. 중국 인터넷은 비판 여론으로 들끓는다. ‘하늘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다(天高皇帝遠)’는 개탄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 전 총리의 책은 출간 2주째인 15일 현재 중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신화(新華)서점 인기도서 3위에 오르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다. 중국인들이 공직자의 청렴을 갈망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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