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우파정권’에 마침표… 덴마크 첫 여성총리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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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 헬레 토르닝슈미트 승리… 좌파바람 거세질 듯

15일 실시된 덴마크 총선에서 첫 여성총리가 탄생했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사회민주당 당수(45)가 이끄는 중도좌파 진영은 10년간 집권해온 중도우파 연정을 꺾고 승리를 거뒀다.

개표 결과 중도좌파 진영은 전체 179석 가운데 89석을 얻었고 현 집권연정은 86석을 차지했다. 나머지 4석은 자치령인 그린란드와 파로 섬에서 배출되는데 현지 언론은 양 진영이 2석씩 가져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표율은 87.7%로 2007년 총선(86.5%) 때보다 높았다.

토르닝슈미트 당수는 투표 종료 3시간 뒤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해냈다. 오늘 우리가 역사를 만들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도 토르닝슈미트 당수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밤 총리실 열쇠를 넘기겠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첫 여성총리 자리를 예약한 토르닝슈미트 당수는 큰 키에 금발머리, 매력적인 미소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닐 키녹 전 영국 노동당 당수의 아들인 스티븐 키녹과 국제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는 그는 5년간의 유럽의회 의원생활을 거쳐 2005년 덴마크 국내 정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의 정치적 능력을 폄하하는 시각이 많았다. 일부에선 ‘멍청한 금발’ ‘구치 헬레’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붙였다. ‘구치 헬레’는 그가 명품 핸드백을 좋아하는 점을 꼬집어 언론이 붙인 별명이다. 아버지가 경제학 교수인 유복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난 그는 멋을 내기 위해 지갑을 여는 걸 꺼리지 않는 명품족이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국내정치에 입문한 지 두 달 만에 사민당 당수 자리에 오르는 등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사민당 당수로서 치른 2007년 총선 때는 선거 참패에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이번에는 확연하게 달랐다.

연정에 극좌 정당인 적녹연맹당과 우파에 가까운 사회자유당을 끌어들이는 등 포용력을 보였고, 탁월한 토론 능력과 재치를 선보이며 선거기간 내내 앞서갔다. 덴마크가 유럽 재정위기에 빠져들지 않으면서도 복지국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뒀다. 코펜하겐대의 크라우스 크조엘러 교수(정치학)는 “‘멍청한 금발’은 수년 전 얘기로 그녀는 이를 극복했다”며 “여성의 가치를 말하면서도 남성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적절한 균형감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단연 경제 문제였다. 토르닝슈미트 당수는 현 정부의 초강도 긴축정책을 완화하고, 은행과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복지 분야 등에 정부지출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일일 평균 근로시간을 12분 연장하고 날로 악화되는 재정적자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현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했다는 외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나 스웨덴 등 이웃국가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올해 1.25% 성장)로 인해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재정적자도 2012년에 국내총생산(GDP)의 4.6%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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