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흑인과 페루 원주민에 대한 차별이 남아 있는 페루에서 첫 흑인 여성장관의 ‘장벽 허물기’가 주목받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7월 페루 정부에서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에 오른 수사나 바카 씨(67·사진)가 그 주인공. 인종차별의 역경을 딛고 ‘맨발의 디바’로 불리며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가수로 활동해온 그는 취임하자마자 3000만 달러의 연간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인종차별 타파에 앞장서고 있다.
바카 장관은 취임 일성에서 흑인뿐만 아니라 페루 원주민을 오랜 세월 2등급 시민으로 취급한 페루 사회의 인종 차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포용의 상징”이라며 “나는 우리를 차별하고 아프게 했던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으며 페루의 다른 누구도 내가 겪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행정 분야에서 경험이 적고 정치적 대립 때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드러냈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 62%의 지지율로 장관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나타냈다.
바카 장관은 아프리카 노예의 후손이다. 그의 조상들은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목화와 옥수수를 캐며 혹사당했던 카네테에서 지냈다. 그의 아버지는 페루 수도 인근의 해안 도시인 코릴로스로 가족을 이사시켰다. 그의 어머니가 부유층의 가정부 노릇을 하면서 그를 학교에 보낸 덕분에 아프리카계 페루인 290만 명 중 교육을 받은 2%에 낄 수 있었다.
바카 장관은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재학 중 흑인이란 이유로 한 번도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그를 음악의 길로 이끈 것은 볼리비아 출신 사회학자인 남편 리카르도 페레이라 씨로 한 축제에서 무대에 오른 바카 장관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뒤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1986년 쿠바에서 녹음한 앨범이 15년 뒤 부부의 동의도 없이 발매되면서 바카 장관은 미국리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주최하는 2001년 라틴그래미어워드에서 수상하게 된다. 이후 그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맨발의 춤으로 아프리카계 페루 음악을 세계에 알리며 사실상 페루의 민간 대사 역할을 해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