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 일본 등의 중앙은행과 협조해 유로존 시중 은행에 3개월 단위로 달러화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공포감으로 달러화가 고갈되면서 유럽 은행들에 제2의 ‘리먼 브러더스’ 파동이 우려되자 선진국 주요 중앙은행이 시장 개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ECB는 이날 성명에서 “올 4분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 및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과 공조해 달러화의 유동성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재도입할 것”이라며 “3개월 융자는 기존의 정기적인 7일 단위 달러 공급 외에 추가로 이뤄지는 것으로 고정금리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등 남유럽발 채무위기 여파로 달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유동성 위기에 처한 유럽 시중 은행들을 돕기 위한 조치다. ECB는 융자 시행일을 10월 12일, 11월 9일, 12월 7일로 예고했다.
유럽 언론은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와 유로존 회원국의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를 침체로 내몰고 글로벌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리도록 하지 않겠다는 서방 세계의 강력한 뜻이 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메르츠방크의 베냐민 슈뢰더 외환전략가는 “유럽 은행의 가장 큰 어려움을 간파한 ECB가 더는 상황이 악화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이 일단 급한 불을 끈 것에 불과하고 연말까지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간 것인 만큼 유럽 금융위기의 최종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ECB의 발표로 유럽 재정위기가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66.02포인트(3.72%) 뛴 1,840.10으로 마감했다. 8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던 외국인투자가들이 모처럼 839억 원가량을 순매수해 ‘셀 코리아(Sell Korea)’를 멈췄다. 기관투자가들도 6133억 원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코스닥지수 역시 2.83% 오른 467.84로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25%, 대만 자취안지수는 2.60% 올랐다. 전날 30.5원이나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3.90원 내린 1112.50원에 마감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호남석유 등 대표주들이 바닥을 치고 이미 15%가량 상승해 ‘황소(강세장)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16일(현지 시간) 폴란드에서 열리는 유로재무장관회의에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참여하면서 범유럽의 공격적 방어를 독려하고 19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부양책 예산확보 방안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공조 소식이 들리고 있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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