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석 추락만은…” 끝까지 조종간 돌린 74세 노장, 300명 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관람석 앞쪽 박스에 추락… 구사일생 관중들 감사의 글

“내가 앉아 있는 관람석 방향으로 비행기가 떨어지는 것을 보며 눈을 감고 죽을 준비를 했어요. 하지만 비행기는 우리로부터 25피트(약 7.5m)가량 떨어진 곳에 추락했어요. 조종사는 영웅이었다고 그의 유족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16일 미국 네바다 주 리노에서 열린 ‘내셔널 챔피언십 에어레이스’에서 발생한 비행기 추락사고 현장에 있던 킴 폰다 씨의 사고 당시 회상이다. 조종사 지미 리워드 씨(74)가 몰던 ‘P-51 머스탱’이 주 관람석 앞쪽에 있는 박스로 추락하면서 리워드 씨를 포함한 9명이 숨지고 54명이 다쳤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사고 현장에 있던 관람객들의 말을 인용해 리워드 씨가 주 관람석 충돌 직전 비행기를 수직 상승시키면서 관람석 앞쪽에 떨어져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에어쇼를 관람했던 벤 시셀 씨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종사가 추락하면서 관람석을 발견하고 조종간을 돌려 200∼300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 존 웨한 씨도 “지미, 당신이 내 생명을 구했다. 우리로부터 50피트(약 15m) 떨어진 곳으로 비행기를 돌리기 위해 상승했다”며 리워드 씨의 페이스북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플로리다 주 오캘라 출신인 리워드 씨는 지금까지 120회가량의 레이스를 경험한 베테랑 조종사였다. 영화 ‘아멜리아’와 ‘클라우드 댄서’ 등에서 스턴트 조종사로 출연한 적도 있다. 그가 몰았던 P-51 머스탱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투입됐던 첫 미군 전투기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트림탭(비행고도 안전 장비) 관련 고장으로 추정한다.

47년 전 처음 시연된 리노 에어쇼에서는 현재까지 리워드 씨를 포함해 조종사만도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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