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투우 못본다… 카탈루냐의회 내년부터 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최종대회 열려… 최근 운영난
독립추진 지역 차별화 일환… 스페인 전역서 폐지는 안될듯

스페인을 대표하는 전통 경기 투우가 내년 1월부터 동북부 카탈루냐 지방에서 사라진다. 카탈루냐 주도인 바르셀로나의 모누멘탈 경기장에서는 24, 25일 이틀간 마지막 투우 대회가 열렸다. 2002년 은퇴한 마드리드 ‘투우 스타’ 호세 토마스를 비롯해 유명 투우사들이 참석해 소와 대결을 펼쳤다. 24일에는 투우 지지자들이 투우 금지에 항의하며 투우사들의 숙소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번 금지 조치는 지난해 7월 카탈루냐 의회가 동물보호단체의 청원으로 투우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데에 따른 것이다. 1991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투우가 공식적으로 금지된 적은 있지만 스페인 본토에서 금지된 것은 처음이다. 스페인 전체 면적의 6.3%를 차지하는 카탈루냐는 인구 750만 명으로 안달루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으며 스페인 국내총생산의 25%를 차지한다.

투우금지 입법 당시 스페인 전역에서는 “피카소 헤밍웨이 등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오랜 전통을 말살하려 한다”며 항의가 빗발쳤다. 투우를 지지하는 지역 일간 엘문도는 카탈루냐라는 이름의 투우사가 경기장에서 죽었다는 내용의 부고 기사를 싣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스페인의 경제위기가 투우금지 조치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지출 삭감 압력을 받아온 카탈루냐 주 정부는 모누멘탈 경기장에 수개월간 임차료를 못 낼 만큼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탈루냐에서는 투우 관객이 급감해 경기장이 대부분 문을 닫았으며 모누멘탈 경기장만이 명목상 투우 경기를 열어왔다.

일부에서는 투우금지 결정이 동물복지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해온 카탈루냐의 차별화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1939년부터 1975년까지 프랑코 독재정권 아래에서 카탈루냐는 카탈루냐어를 금지당하는 등 탄압을 겪었으나 현재 독자적 사법권을 행사하며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 현재는 독립을 위해 카탈루냐어를 고수하며 스페인과 연관된 활동을 금기시하고 있다.

투우금지 조치가 카탈루냐 외에 스페인 전역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스페인 투우연합은 투우가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되도록 50만 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동물보호단체들은 스페인의 다른 지역, 그리고 멕시코 프랑스 포르투갈 등 투우가 행해지는 다른 지역으로 투우금지 운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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