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인 포로를 비인간적으로 학대 고문한 사진들이 공개돼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당시 이 사건을 간수에 대한 교육 부족과 기강해이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복잡한 심리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누군가에게 명령을 할 권한은 있지만 지위가 낮으면 피복종자를 험하게 대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25일 미 CNN방송에 따르면 남캘리포니아대(USC)마셜비즈니스스쿨 너대니얼 패스트 조교수, 니르 할레비 스탠퍼드비즈니스스쿨 조교수, 애덤 갈린스키 켈로그비즈니스스쿨 교수 등은 ‘지위 없는 권력의 파괴적인 속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의 지위와 행동양식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을 ‘높은 지위를 가진 아이디어 생산자’와 ‘지위가 낮은 노동자’로 역할을 구분한 뒤 이들로 하여금 타인에게 10가지 과제 가운데 임의로 몇 개씩을 골라 시키도록 했다. 10개의 과제 가운데는 △‘나는 천박해’라고 다섯 번 말하라 △‘나는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다섯 번 말하라 △개처럼 세 번 짖어라 △자신의 단점 세 가지를 말하라 등이 모욕적인 내용이 있었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에세이를 쓰라 △농담을 하라 △박수를 50번 쳐라 등 덜 모욕적인 내용도 있었다.
그 결과 자신을 지위가 낮은 노동자로 인식한 그룹은 높은 지위를 가진 아이디어 생산자 그룹에 비해 상대에게 모욕적인 행동을 더 많이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패스트 교수는 실험 결과를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사건과 연결해 “간수들이 힘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의 지위는 다른 사람의 눈에 존경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위와 파워의 불일치가 파괴적 행동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패스트 교수는 “높은 권한에 비해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학습시키고 보너스나 승진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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