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포르투갈 리스본 주택가에서 한 흑인 남성이 체포됐다. 올해 68세인 그는 주변에서 호세 루이스 호르헤 도스 산토스라는 이름으로 통했지만 진짜 이름은 조지 라이트(사진). 탈옥과 항공기 납치로 미국연방수사국(FBI)이 41년 동안이나 뒤쫓던 미국인이다.
라이트의 범죄 행각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2년 19세였던 그는 일당 3명과 함께 뉴저지 주유소를 털다 주인을 총으로 쏴 죽였다. 체포된 라이트는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고 범죄를 모두 인정한 후 징역 15∼3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러다 8년 뒤인 1970년 간수가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간수 차를 타고 탈옥에 성공했다.
디트로이트로 도망친 그는 급진 사회주의단체 흑인해방군(BLA)에 가담했다. 동료들에게 “타락한 미국에서 탈출해 사회주의 국가 알제리에서 살고 싶다”고 자주 얘기하던 그는 1972년 동료 4명과 함께 마이애미행 여객기를 납치했다. 신부 복장에 성경책을 들고 탑승한 그를 아무도 납치범으로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성경책 안을 도려내고 숨겨놓은 총을 꺼내들고 승객 88명을 인질로 삼았다.
그는 FBI에 그때까지 비행기 인질석방 금액으로는 가장 많은 돈인 100만 달러를 요구했다. ‘가방에 50달러와 100달러짜리 지폐를 넣고, 가져오는 사람은 수영복만 입게 하라’고 요구했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수영복만 입은 FBI 요원이 몸값을 전달하자 승객들을 풀어준 후 조종사를 위협해 보스턴으로 날아갔다. 이곳에서는 조종사를 인질삼아 수영복만 입은 항법사를 요구해 탑승시킨 뒤 알제리로 날아가 망명을 요청했다. 알제리 정부는 항공기와 현찰이 든 가방은 압수해 미국으로 돌려보냈지만 라이트를 포함한 납치범들은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고 잠시 구금한 뒤 석방했다. 당시 알제리는 테러리스트들의 ‘인권’을 배려하는 사회주의 천국으로 불리는 나라였다. 1976년 납치범 5명 중 4명은 파리에서 체포됐지만 라이트의 행방은 묘연했다.
2002년 FBI는 라이트가 포르투갈에 살면서 미국 친척들과 연락을 시도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오랜 추적 끝에 포르투갈 경찰과 공조해 그를 체포했다. FBI는 27일 “라이트가 잔여 형기를 채우도록 하기 위해 본국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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