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 방송사들 생중계 어맨다 녹스가 3일 항소심 최종 선고를 받기 위해 이탈리아 페루자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같은 날 녹스의 고향인 미국 시애틀의 한 철야 기도회장에 녹스의 룸메이트였다가 살해당한 메레디스 커처의 사진(왼쪽)이 놓여 있다. 페루자·시애틀=로이터 연합뉴스
‘두 얼굴의 악녀인가 아니면 누명을 쓴 청순한 여인인가.’
이탈리아에서 살인죄로 26년 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여대생 어맨다 녹스(24)에게 서방 언론들이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녹스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린 3일 페루자 법원에는 전 세계 수백 개의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었고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이 재판 과정을 상세히 생중계했다.
녹스는 페루자에서 유학 중이던 2007년 11월 룸메이트인 영국인 여자 유학생 메레디스 커처(살해 당시 22세)를 칼로 40여 차례나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녹스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이탈리아 남자친구 라파엘레 솔레치토(27), 코트디부아르 출신 마약거래상 헤르만 궤드(25)와 함께 그룹섹스 게임을 할 것을 제안했다 거절당하자 홧김에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솔레치토와 궤드는 녹스가 잔인하게 칼을 휘두르는 동안 커처가 반항하지 못하게 붙들고 있었고 숨져가는 와중에 성폭행까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에서는 녹스에게 26년 형, 솔레치토에게 25년 형, 궤드에게 30년 형이 선고됐다. 궤드는 이후 항소심을 통해 16년형을 판결받고 수감 중이다. 녹스와 솔레치토는 자신들은 사건 현장에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녹스에게 사형이 언도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녹스가 살해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검찰은 녹스가 늘 술을 마셨고 마리화나를 피웠으며 낯선 남자와 성관계를 즐겼던 ‘방탕하고 냉혹한 악녀’였다고 강조한다.
이 사건은 미녀, 살인, 섹스, 미스터리, 법정 다툼 등 드라마적 요소를 두루 갖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언론의 상업성과 선정성 때문에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에도 “나는 살해 현장에 없었어요. 집에 가서 내 삶을 되찾고 싶어요”라고 울먹이는 녹스의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런 모습에 이탈리아 사법체계를 불신하는 일부 미국인은 녹스를 억울하게 짓밟히고 있는 ‘청순가련형의 미녀’로 간주하면서 구명운동에 적극 나섰고 책과 영화도 나올 예정이다.
한 언론이 이탈리아 대학생 6130명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8%가 유죄, 44%는 무죄라고 생각할 정도로 녹스의 유죄 인정을 둘러싼 판단은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성별을 달리해 질문한 결과 남성의 21%만이 녹스가 유죄라고 답했지만 여성은 68%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은 한국 시간으로 4일 오전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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