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의 ‘여걸 공주’로 인기를 모았던 셰이카 누라 빈 이브라힘 알칼리파 공주(30·사진)가 올봄 ‘중동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 반정부 시위 인사들을 직접 고문하고 학대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알칼리파 왕비의 친척인 셰이카 누라 공주는 걸프 국가의 왕실 인사 중 유일하게 현직 경찰관으로 일해 여걸로 불리는 마약단속국 소속 비밀경찰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3일 “반정부 시위로 최근 재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의사들에 따르면 공주가 구금 인사들을 몽둥이와 고무호스로 폭행하고 얼굴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고문까지 했다”고 3일 보도했다. 여의사 나다 다이프 씨(36)는 “올해 3월 공주가 나를 ‘시아파 돼지’라고 욕하면서 손으로 때리고 폭행했으며 내 귀에 전선을 집어넣고 전기 충격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다이프 씨는 “고문을 당하는 동안 눈이 가려졌었다. 방에 여자는 한 명밖에 없었다. 여자가 눈가리개를 풀어줬는데 공주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5년 징역을 선고받은 파티마 하지 씨(32)는 “4월에 체포됐을 때, 공주가 ‘네가 어떻게 이 나라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느냐’며 얼굴에 직접 전기 충격을 가했다”면서 “반복된 전기 고문으로 잠시 시력을 잃어버렸으며 남자 간수들로부터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공주가 시위에서 국왕을 비판하는 시를 낭독한 여대생을 고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정부 대변인은 답변을 거부하면서 “폭력이 저질러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인권위원회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이카 누라 공주는 중동 국가에서 호화롭고 편한 왕가의 생활을 뒤로하고 거친 경찰 세계에 몸담으며 정의를 위해 뛰는 대표적인 신세대 왕실 여성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어린 시절 영화와 TV 드라마를 보며 경찰관을 꿈꿨다는 그는 2008년 경찰이 됐다. 2009년 한 인터뷰에서 “마약 공급자들을 잡기 위해 딜러로 가장해 조직에 침투하기도 한다”며 “수시로 밤을 새우고 친구도 못 만나는 등 위험하지만 보람과 스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문 폭행 사건으로 그에 대한 좋은 평가들이 무색해졌다.
이에 앞서 바레인 군사법원은 지난달 29일 수도 마나마 시내 살마니야 병원 등지에서 일하며 부상자를 치료한 20명의 의사와 간호원에게 시위대와 정부 전복을 공모한 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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