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반기 든 미얀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4일 03시 00분


세인 대통령, 36억달러 합작발전소 건설 돌연 중단

미얀마 정부가 중국과 합작으로 진행 중인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돌연 중단하기로 해 양국 간에 파문이 일고 있다. 미얀마는 약 50년간 사실상 군사독재 체제가 이어지면서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았으며 중국만이 미얀마 군사정권을 지지하고 경제적 원조도 제공해왔다. 그런 중국에 미얀마가 사실상 반기를 들고 나서 중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9월 30일 미얀마 북부 카친 주(州)의 이라와디 강 상류에 건설되고 있는 미트소네 수력발전댐 건설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댐은 양국 기업이 합작으로 진행해 온 것으로 36억 달러(약 4조2100억 원) 규모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1일 “미얀마는 중국 기업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며 “해당 발전소는 양국의 합작투자로 진행되어 온 것으로 과학적 검토를 통해 엄격한 심사를 거친 것”이라고 말했다.

세인 대통령이 댐 건설을 중단시킨 데에는 국내 민주화 운동세력의 반발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는 이 댐이 건설되면 이라와디 강의 흐름이 위협받고 댐 상류 63개 마을 1만2000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이주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6월에는 댐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시위도 벌어졌다.

세인 대통령은 과거 군사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인물이지만 올 4월 미얀마에서 처음으로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됐다. 세인 대통령이 민선 대통령에 걸맞게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서방에도 민주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분석했다. 미얀마 정부가 곧 2000명에 이르는 정치범을 석방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중국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세인 대통령이 댐 공사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은 중국이 쉽사리 미얀마에 ‘벌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실제로 양국은 인도양 벵골 만에서 미얀마를 거쳐 윈난(雲南) 성에 이르는 석유 천연가스관 건설을 진행 중이다. 미얀마는 전략적으로 중국에 매우 중요한 국가다. 이 석유 가스관이 완공되면 중국은 미 해군 영향력 하에 있는 말라카 해협을 통한 중동 원유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다. 미얀마 출신인 런던경제대 마웅 자르니 객원교수는 “이번 댐 공사 중단 결정은 미얀마가 중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자주권을 가진 국가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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