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국채 많은 佛은행들 위험… 세계 경제위기 먹구름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6일 03시 00분


■ 유로존 3위 경제대국 이탈리아 신용강등


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이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로 파급됨에 따라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유로존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발등의 불’을 막느라 부각되진 않았지만 이탈리아도 유로존의 잠재적 불안국가였다. 그리스라는 1차 방어선의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2차 방어선 뒤편에 있던 이탈리아의 머리 위까지 위기의 불똥이 옮아붙은 형국이다.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0.2%에 그쳐 유로존 평균 경제성장률 1.1%보다 낮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이탈리아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0.6%와 0.3%로 낮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19%(2010년 말 기준)로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4일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5.49%로 독일보다 훨씬 높다.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등급 하락에 대해 “공공 부채 수준이 높고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공공부채를 줄이려는 정부 목표를 이행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무디스의 등급 하락은 예견된 일이라며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파장 확산 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휘청거리면 이탈리아 국채를 많이 보유한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등 유럽 전체로의 파급효과가 그리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14일 프랑스 2, 3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이 그리스 재정위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이유로 한 단계 강등된 바 있으나 아직 이탈리아에 투자한 채권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아 추가 하락은 없었다.

무디스는 4일 “현재 Aaa 등급인 유로존 국가들이 곧바로 등급 강등 압박을 받진 않지만 재정상태가 건전한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많은 나라가 신용등급 강등 압박을 받고 있다”며 유로존 회원국의 신용등급 도미노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프랑스와 벨기에 합자은행인 덱시아가 다시 구제금융을 받게 된 것도 ‘재정위기가 금융권으로 비화되는 분수령’과 같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프랑스와 벨기에가 4일 긴급 재무장관 회담을 열고 덱시아를 구제하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덱시아는 프랑스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대출을 주로 하지만 그리스 국채 보유량이 많아 단기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파산 위기에까지 몰렸다. 덱시아 구제에 투입될 돈은 최대 20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덱시아의 위기설이 전해지자 4일 하루에만 약 3억 유로의 예금이 인출됐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은 글로벌 위기의 진앙에 서 있다”며 유럽발 경제위기가 지진처럼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 외르크 크레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부채는 곰팡이와 같으며 유럽은 더욱 깊은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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