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디지털 혁명의 아이콘’을 추모하는 디지털 애도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애플이 출시한 아이패드(iPad)나 아이폰(iPhone)에 빗대 슬픔을 나타낸 ‘아이새드’와 천국에서 편히 쉬길 기원하는 ‘아이헤븐’ 등의 신조어도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추모 글이나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메시지가 폭주하며 접속 차단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트위터에선 사용자 폭주로 글을 올릴 수 없을 때 화면에 뜨는 그림인 ‘실패 고래(Fail Whale)’를 두고 “새들에 둘러싸여 하늘로 올라가는 거대한 고래가 마치 잡스를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잡스가 6월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한 클라우드서비스(인터넷에 연결해 콘텐츠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iCloud)’를 두고 “구름(cloud) 위로 떠나간 잡스의 미래를 예언한 듯하다”는 글도 올라왔다.
25일 전 세계에서 동시 출간될 예정으로 알려진 잡스 전기도 인터넷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잡스가 생전 자신의 유일한 공식 전기로 인정한 데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헨리 키신저, 벤저민 프랭클린 등의 전기를 집필했던 월터 아이잭슨 전 타임 편집장이 2년 넘게 잡스와 주위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공을 들였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오프라인 추모도 잡스에게 어울리는 독특함이 묻어났다.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샌프란시스코의 돌로레스 공원 풍경이 대표적이다. SNS에서 누군가 플래시몹을 제안하자 순식간에 20∼30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손엔 꽃이나 촛불 대신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들려 있었다. 화면엔 애플 홈페이지에 실린 잡스의 사진이나 디지털 촛불이 띄워져 있었으며, 잔잔한 배경음악을 틀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애도의 물결이 넘실대는 것에 비해 막상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본사 앞에 별도의 추모공간은 마련되지 않았으며, 대형 방송차량은 수십 대가 몰려들었지만 정작 추모객은 50여 명만 모여 명복을 빌고 있다. 회사를 나서는 애플 직원들이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으나 추모 장소에는 동참하지 않았으며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주 팰러앨토 시에 있는 잡스의 집 역시 조용했다.
잡스의 유작(遺作)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는 와병 중에도 회의에 참석하면서 수많은 프로젝트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가 끝내 이루지 못한 프로젝트는 ‘아이폰5’ ‘아이패드3’ 등 업그레이드 제품과 애플TV, 게임콘솔 등 업계에서 소문처럼 돌고 있는 비공개 프로젝트다.
잡스의 유작 가운데 가장 먼저 선보일 것으로 보이는 아이폰5는 잡스가 직접 개발 작업에 참여했다. 최근 아마존이 199달러짜리 저가 태블릿PC인 킨들파이어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태블릿PC시장에서 아이패드3가 잡스의 명성을 이어갈지도 관심이다.
잡스는 애플TV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강했다. 2007년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다가 실패를 봤던 잡스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쿠퍼티노=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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