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를 56세라는 한창의 나이에 무릎 꿇린 췌장암은 수술 후 5년 생존율 약 7.6%로, 암 중에서 완치율이 가장 낮아 최악의 암이라 부른다. 췌장은 후복막에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고,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 암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발견 당시 수술로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20% 이내이다. 발생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암 발생 원인으로 작용하는 암 전 단계의 병변 역시 다른 암에 비해 뚜렷하지 않다. 크게 선암과 신경내분비종양으로 나눈다. 10명 중 9명은 췌장관에 생기는 선암으로, 간으로 전이될 경우 생존기간은 6개월 정도다.
잡스가 걸렸던 것은 신경내분비종양으로 호르몬을 만드는 췌장 안의 세포에 생기는 암이다. 선암에 비해 진행이 느리며 5년 생존율도 다소 높은 편이다.
2003년 10월 췌장암 진단을 받은 잡스는 이후 신제품 발표회 등을 통해 건재를 과시했지만 건강 악화설은 끊이지 않았고 2009년 1월 두 번째 병가를 냈다. 그는 예전처럼 다시 활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지난해 1월 아이패드 출시 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쩍 야윈 모습이었지만 이후 1년 동안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킨 그는 올 초 업무에서 손을 뗐다.
8년간의 투병기간에 잡스는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마지막까지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했다. 애플은 5일 잡스의 사망 사실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인이나 사망 장소, 장례 일정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장례식이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농구장 인근에서 열릴 계획이라고 들었다’는 글이 트위터에 올라오고 있을 뿐이다. 올 8월 애플 CEO 공식 사임 이후의 행적도 대중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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