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생전의 우상은 폴라로이드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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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대학 중퇴-혁신적 아이디어… 회사서 퇴출까지 닮은꼴 삶

5일 타계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생전에 즉석필름카메라 폴라로이드 창업자인 에드윈 랜드 박사(1909∼1991·사진)를 자신의 우상이자 영웅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와 보스턴글로브가 8일 전했다.

랜드와 잡스는 세월의 간격을 두고 비슷한 길을 걸었다. 랜드는 하버드대를, 잡스는 리드대를 각각 중퇴했으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고집스럽고, 좀처럼 만족하지 않으며, 의욕이 넘치는 성격도 비슷했다. 두 사람은 완벽주의를 지향했고, 제품 디자인에 집착하는 점도 같았다. 심지어 스스로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는 아픔까지도 공유했다.

두 사람은 생전에 두 번 만났다. 1980년대 중반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랜드의 연구실로 직접 찾아간 잡스는 창조와 혁신을 주제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당시 20대였던 잡스는 매킨토시 컴퓨터를 개발해 판매 중이었고 70대였던 랜드는 이미 폴라로이드와 인연을 끊은 상태였다. 당시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매킨토시 개발자 톰 휴스 씨는 “두 천재는 기술을 마술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고 서로 공감했다”며 “마치 아버지와 아들의 재회와 비슷했다”고 회고했다. 두 번째 만남은 존 스컬리 전 애플 CEO가 주선했다. 잡스는 1999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폴라로이드가 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 서길 바란다는 랜드 박사의 말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랜드는 잡스에게 “모든 중요한 혁신은 놀라워야 하고, 예상치 못한 것이어야 하며, 세상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랜드는 “시장조사는 제품이 형편없을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잡스 역시 30년 뒤 아이패드를 개발한 뒤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 아니다”라며 시장조사를 하지 않았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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