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린 월가 또 1100만달러 ‘돈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美최대은행 BoA, 경영자 2명 해고하며 거액 지급…“시위대는 폭도” 공화당 공세에 정치권 논쟁 격화

월가 시위가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시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치 쟁점화하기 시작하면서 진보 보수 진영이 맞서는 이념논쟁으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미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일 시위대에 공감 의사를 밝힌 것과는 대조적으로 7일 시위대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공화당 모임에서 시위대를 ‘폭도(mob)’라고 표현하면서 “폭도들이 월가와 다른 도시들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놀랍게도 워싱턴에서는 시위대가 미국을 양분시키고 있는 이런 상황을 그저 너그럽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겨냥했다. 공화당에서 무소속으로 당적을 옮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시위로 인해 뉴욕 시의 조세 기반인 관광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시위대는 이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장을 빼앗으려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이번 시위에 이념적 색채가 있다고도 했다. 허먼 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일자리가 없다면 먼저 자신을 탓해야지 사회를 탓해서는 안 된다”며 “시위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실패로부터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좌파의 시도”라고 밝혔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시위대가 ‘계급투쟁’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수주의 유권자단체 티파티도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티파티 지역 운동조직인 ‘티파티 익스프레스’의 에이미 크레머 회장은 시위대를 ‘진보진영의 티파티’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 “그들(시위대)을 우리와 비교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시위대는 목표도 조직력도 없는 젊은이들의 무리일 뿐”이라며 “자본주의를 반대한다는 시위대가 자본주의의 이기인(利器)인 정보기술(IT) 기기를 십분 활용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은 9일 “월가와 정치인 등 기득권층에 보내는 시위대의 메시지를 지지한다”며 “시위대는 불안한 고용 상황과 이에 대한 정부의 불충분한 조치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시위대는 정치권의 협상 부재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며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시위대가 성토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돈 잔치’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 주류 언론들도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자산 기준으로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달 고위 경영진을 해고하면서 최대 600만 달러(약 70억8000만 원)의 돈다발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샐리 크로첵 자산운용책임자가 총 600만 달러, 조 프라이스 소비자금융책임자가 500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

BoA는 6월 주택담보대출 연계증권에 대한 투자로 손실을 본 기관투자가들에게 85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이후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직원 3만 명을 해고하고 2014년까지 연간 지출을 50억 달러(약 5조8950억 원) 대폭 감축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힌 이후 예전 같은 ‘돈 잔치’를 벌인 것.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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