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콥트교도-軍 충돌 2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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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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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명 부상, 무바라크 퇴진 후 최대 유혈사태
카이로 통금… 총선 앞두고 종교분쟁 확산 우려

이집트 콥트교도들이 9일 카이로에서 열린 시위 도중 도로에 불길이 치솟자 근처로 몰려들고 있다. 순찰차가 불에 타고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등 시내 곳곳에서 격렬한 유혈 충돌이 빚어졌다. 카이로=로이터 연합뉴스
이집트 콥트교도들이 9일 카이로에서 열린 시위 도중 도로에 불길이 치솟자 근처로 몰려들고 있다. 순찰차가 불에 타고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등 시내 곳곳에서 격렬한 유혈 충돌이 빚어졌다. 카이로=로이터 연합뉴스
이집트 카이로에서 9일 시위를 벌이던 콥트교도들에게 진압 군대가 발포해 시위대 21명과 군인 3명 등 최소 24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

이번 충돌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2월 퇴진한 이후 최대 규모의 유혈충돌이라고 AFP통신 등은 보도했다. 시위대가 이날 정부군 차량에 불을 지르자 군은 발포했고 이슬람교도들이 진압하는 군 쪽에 가세해 시위대와 투석전을 벌이는 등 충돌했다. 군 당국은 이튿날 새벽인 10일 오전 2시부터 7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으며 긴급 군사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

콥트교 시위대는 9월 30일 이집트 남부 아스완 지역에 있는 콥트교도 교회가 괴한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불이 난 사건과 관련해 무스타파 알사예드 주지사의 경질과 콥트교도들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4일부터 벌여왔다. 앞서 알사예드 주지사는 국영TV를 통해 “콥트교도들이 게스트하우스로 쓰여야 할 건물을 규정을 어겨가며 교회로 사용할 목적으로 전용하려 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콥트교도들은 건축 규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교회를 새로 짓거나 증축하게 되면 이슬람 교회보다 정부 규정이 까다롭게 적용되며 허가 과정도 행정적으로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이집트에 자생적으로 뿌리내린 콥트교 신자들은 인구의 80∼90%를 차지하는 무슬림들로부터 차별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무슬림과 콥트교인들 간의 분쟁은 끊이지 않아 왔다. 3월에도 한 무슬림이 콥트 교회에 방화한 것을 계기로 유혈 충돌이 빚어져 10여 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다쳤다. 게다가 무바라크 정권의 철권통치가 무너진 뒤 권력공백 상태에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집트의 민주화 이행 과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총선은 다음 달 28일 예정돼 있다. 무바라크가 물러난 이후의 첫 공식 선거지만 권력을 잡은 군부가 여전히 대선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권 안정에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인권운동가인 테리 로 씨는 “기독교도들에 대한 불평등이 잔존하는 한 이것을 아랍의 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재스민 혁명의 와중에 불안에 떠는 비(非)무슬림은 이집트 콥트교도뿐만 아니다. 반정부 시위대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잔혹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 축출에 힘을 모으고 있지만 시리아 내 기독교도들은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전체 시리아 인구 중 10% 내외에 그치는 기독교인들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종교탄압을 받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아사드 정권은 그동안 다수인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의 움직임을 무력으로 통제해 왔다. 시리아 내 기독교도들은 이라크와 레바논처럼 정권이 무너진 후 어떤 권력이 등장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에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콥트교도 ::


콥트는 기독교의 한 분파로 중동 내에서 가장 큰 기독교 공동체다. 이집트 전체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콥트의 어원은 아랍 무슬림들이 640년경 이집트를 침략하면서 이집트를 부르던 ‘아이깁토스’에서 유래한다. 가톨릭계 콥트와 다양한 신교 계열의 콥트로 나뉜다. 무슬림이 지배 세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랜 차별의 역사를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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