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미국의 몇몇 ‘청년 백수’가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시위가 4주째로 접어들면서 금융자본의 비도덕성과 빈부격차를 규탄하는 동조 시위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15일 미국 유럽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 400여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시위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한국에서도 이날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주제의 시위가 예고됐다.
시민단체 금융소비자협회 백성진 사무국장은 11일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일대에서 최소 200명에서 최대 수천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계획 중”이라며 “당초 10월 26일 재·보궐선거 이후 동조 집회를 열려 했지만 월가 시위대가 ‘15일에 전 세계 25개국이 동시에 집회를 열자’는 제안서를 보내와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는 투기자본감시센터를 비롯해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등 13개 시민단체도 동참한다.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에는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이 속해 있다. 백 사무국장은 “12일 오전 11시 금감원 앞에서 외환은행 대주주 론스타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실행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에서도 최근 연금생활자 수백 명이 ‘월가 혁명을 지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5월 스페인에서 시작된 ‘분노한 사람들’이란 간판을 내건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 시위대는 현재 벨기에 브뤼셀 쿠켈베르흐 구 엘리자베스공원을 거점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15일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시위를 벌이자고 제안했다. 국경은 달라도 시위대들이 내건 ‘분노의 목표’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자본만 살찌우고 양극화와 청년 실업을 불러온 ‘카지노식 금융자본주의’를 전면 개혁하라는 요구다.
금융소비자협회 백 사무국장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모여 있는 여의도에서 부실대출 논란을 빚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와 파생금융상품 폐해, 대학 학자금 대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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