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정부 압력으로 수사 못해” 재판관 사퇴… ‘킬링필드’ 전범 단죄 표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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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세기의 재판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킬링필드 대학살’ 재판이 표류 위기에 처했다. 170만 명 이상이 숨진 ‘킬링필드 대학살‘의 전범을 단죄하기 위해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2006년 공동으로 설치한 캄보디아 국제전범재판소(ECCC)의 공동재판관이 캄보디아 정부의 압력에 밀려 사임했기 때문이다.

기소를 전담하는 독일 출신의 지크프리트 블룬크 판사(사진)는 10일 “캄보디아 정부의 압력으로 새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그동안 블룬크는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로부터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들 외에 추가기소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HRW는 지난주 캄보디아 측 공동재판관인 유 번렝의 사임도 요구했다.

블룬크 판사는 “새 혐의를 수사하길 원한다면 가방을 싸서 떠나야 할 것”이라는 키에우 깐하릿 캄보디아 공보장관의 발언을 공개하며 “그러한 압력에 견디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추가 기소를 통해 전범 재판이 커지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메르루주 정권하에서 활동했던 거물들 대부분이 그의 측근들이며 훈센 총리 또한 크메르루주 정권에서 지휘관을 지냈기 때문이다.

ECCC는 2009년 2월 1만5000여 명이 고문을 받고 처형당한 교도소의 소장 카잉 구에크 에아브에게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고, 올 6월 크메르루주 2인자였던 누온 체아 등 ‘크메르루주 4인방’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크메르루주가 집권한 1975∼1979년 당시 캄보디아에서는 인구의 25%에 가까운 170만 명 이상이 처형 기아 중노동 질병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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