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집 앞으로 몰려간 월가 시위대

“상위 2% 위한 부유세 폐지는 절대 안된다”
“폭력시위 번질라” 금융인들 신변보호 강화

월가 시위대가 금융회사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집 앞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1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월가 시위대 200여 명은 이날 낮 맨해튼 중부 지역에 위치한 뉴스코퍼레이션 CEO인 루퍼트 머독 회장과 JP모건체이스의 CEO인 제이미 다이먼 회장, 거대 에너지 기업인 코크인더스트리의 데이비드 코크 부회장 등의 호화 저택 앞으로 몰려가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는 뉴욕 주가 상위 소득계층 2%를 대상으로 부과해온 부유세를 올해 12월 폐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가 금융인들은 평화 시위가 언제 폭력 시위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고위 임원들의 신변보호를 강화하고 나섰다. 월가 시위에 동조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웹사이트를 공격하겠다고 예고했던 해커집단 어나너머스도 10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한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와 연방준비제도는 ‘볼커 룰’의 초안을 공개했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폴 볼커가 제안해 이름 붙여진 이 법안은 투자은행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기 자산이나 빌린 돈으로 채권과 주식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투자은행들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 월가 채권 매출이 최대 25%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도입에 반발해 왔다. 이 법안은 내년 1월 13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7월 말 시행된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이날 지난해 하반기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이래 1년 만에 가장 큰 시위가 벌어졌다. 노동총동맹(CGT)과 프랑스민주노동동맹(CFDT)이 주도한 이날 집회에서는 전국 200곳에서 최대 27만 명(노조 추산)이 참가해 정부의 재정긴축 정책에 반대하고 부의 공정한 재분배를 요구했다. 프랑스 정부가 최근 발표한 120억 유로의 재정지출 감축 계획이 이날 시위를 촉발했다.

프랑수아 셰레크 CFDT 위원장은 “정부의 재정적자 대책은 부자보다 월급쟁이들에게 6배나 더 돈을 내게 하는 불공정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