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엘리트 특수부대가 중고차 판매상인 56살의 이혼남을 엄선했고 그를 통해 멕시코 마약단의 저격수를 고용, 사람들이 북적이는 레스토랑에서 폭탄을 터트려 미국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살해하도록 했다?
미 관리들은 이같이 특이한 계획에 대해 어김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 정부 혹은 그 내부의 합법적인 부대가 이러한 계획에 개입됐다는 미 당국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CNN과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전문가들이 믿지 못하는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 제시했다.
우선 이번에 발표된 모의 내용은 이란이 그동안 하던 방식이 아니라는 점.
이슬람 혁명 이후 32년의 이란 역사에서, 이번에 배후로 지목된 특수부대 쿠드스가 미국 영토에서 암살 모의나 공격에 공개적으로 연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쿠드스는 이란 정규군의 핵심인 혁명수비대 소속이며 이들 내에서도 엘리트로만 구성된 최정예부대다.
설사 다른 나라에서 암살 모의나 공격에 연루됐다 하더라도 그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최선의 방안을 마련했으며, 레바논의 헤즈볼라처럼 최고로 우수한 대리인을 고용해왔다.
미 정부 발표대로 이런 집단이 50대 이란계 미국인 판매상을 고용했고, 이 용의자가 이란군과의 연계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대담하게 10만 달러를 전송했다는 것은 우수 집단인 쿠드스의 방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번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는 점.
미국 영토에서의 암살 감행은 이란 쪽에는 대가가 너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추가 제재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나아가 미국의 군사적 행동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이란 입장에서 더 손쉬운 표적이 많다는 점.
이란은 사실 자신의 '뒷마당'에서도 미국과 사우디 쪽의 잠재적 목표물을 갖고 있다. 쿠드스의 경우 이웃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들, 바레인과 같은 주변 지역의 사우디 관련 시설을 상대로 빈번히 대리전을 전개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쿠드스가 뒷마당에 있는 목표물로는 뭔가 성에 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미국 영토에서 모의를 감행했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음으로, 이란은 위상이 강화되는 추세여서 그렇게 자포자기식의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점.
미국이 지난 10년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과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제거하면서 이란은 중동의 부인할 수 없는 실세로 부상하고 있다.
역내 정치·경제적 지배력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공고해졌기 때문에 이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이라크와 아프간의 미래와 관련한 문제, 유가와 핵에너지 문제 등 이 지역의 모든 주요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테러 모의에는 허점이 많다는 점.
현 시점에서 이란 정부 혹은 쿠드스 지도부가 이번 모의를 주도했다고 결론짓기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너무 많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이란 정부의 "상층부"가 이번 모의를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현 시점에서는 그런 혐의를 두고 있지 있다"고 말했고 다른 고위 관리도 CNN에 "홀더는 이란 최고위 관리들이 개입됐다고 주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 관리는 "이란인들이 서로 영향을 주거나 받지 않고 따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 정부 내부에서 이번 모의에 대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승인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도 이번 이란의 암살 모의에 대해 이란 고위층의 성향이나 용의자의 진술 등을 볼 때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평소 신중한 태도를 볼 때 이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대담한 계획을 승인했을 가능성이 작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쿠드스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는데다 하메네이와의 갈등 관계 등을 볼 때 자신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는 이러한 계획을 승인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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