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모저모]‘시애틀 슈퍼영웅’의 굴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만화주인공 복장으로 시내 순찰… 싸움 말리다 폭행 혐의 체포

14일은 미국 시애틀의 슈퍼영웅(?) ‘피닉스 존스’(사진)에게 굴욕의 날이었다. 검은색과 금색이 배합된 슈퍼맨 스타일의 고무 옷과 마스크를 걸치고 범죄현장에 바람과 같이 나타나 시민들을 구하고 사라지곤 했던 그가 법정에 출두한 것. 그는 전날 파티 현장에서 최루가스와 전기충격기를 사용해 싸움을 말리다 폭행죄로 체포됐다. 그는 시애틀 법정에서 “나는 벤저민 포더라는 이름의 평범한 시민”이라며 “이번 (체포)사건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이웃의 안전을 위해 계속 순찰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시애틀타임스에 따르면 올 1월부터 밤중에 슈퍼맨 차림으로 시애틀 시내 순찰을 돌며 도둑을 잡고 싸움을 말리는 활동을 펼쳐왔던 그는 경찰에 범인을 넘기며 ‘나는 피닉스 존스’라고 이름을 남기고 사라졌다. 시애틀의 명물이 된 그는 홍보 담당자를 통해 자신을 ‘레인시티 슈퍼영웅 운동(RCSM)’ 단체 소속이라며 “범죄 방관자가 되지 말도록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범죄 진압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고 법 집행 권한도 없는 그가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를 체포한 경찰은 “최루가스 스프레이와 전기충격기 사용을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에는 포더처럼 슈퍼영웅 방식의 자경(自警) 활동을 펼치는 사람이 300∼4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를 처리하는 경찰의 늑장 대응과 슈퍼맨 만화 같은 대중문화가 결합해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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