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8, 19일 이틀 동안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나라 정상이 양자회담을 위해 상대국을 찾는 것은 2009년 10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방한 이후 처음이다. 한일 외교관계자들은 “취임 후 국내정치에 집중해온 노다 총리가 본격적인 외교 행보의 첫 무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실질적 동반자 관계로 성숙
한일 양국 외교관계자들은 노다 총리의 방한 시기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달 말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지만 정상회담을 목적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것이 처음인 노다 총리가 20일부터 열리는 일본 정기국회를 앞두고 서둘러 한국 방문을 결정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것.
일본은 대지진과 원전사고, 엔화가치 급등 등 국내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회 회기 중 총리가 외국을 방문하려면 국회 승인도 필요하다. 노다 총리가 국내 정치일정에 구애받지 않는 시점을 선택한 것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증거라는 평가다.
일본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북한의 도발로 동아시아지역 안보가 불안하고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 역시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꼬인 상태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히라이와 슌지(平巖俊司) 간세이(關西)학원대학 교수(국제정치학)는 “한국의 경제적 존재감이 커졌고 동북아 안보와 관련해 교류 협력할 사안이 늘면서 한일 관계도 실질적인 동반자관계로 성숙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다 총리 취임 당시만 해도 ‘A급 전범이 더는 없기 때문에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문제가 없다’는 그의 야당 의원 시절 발언 때문에 한일관계 악화가 우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총리와 각료는 야스쿠니를 공식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주변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고 있어 한일 관계도 원만하게 유지되고 있다.
○ 가시적 성과 나올지 주목
외교 관계자에 따르면 한일 정상회담은 “의전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한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노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장기 경제침체, 엔화가치 급등으로 경제적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거대시장과 잇달아 FTA를 성사시키며 빠르게 경제영토를 확장해가고 있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한 해 3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투자 등을 FTA 협상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문제 등 민감한 이슈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안부 문제는 한국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공론화한 상황이어서 어떤 형식으로든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일본정부가 반환하기로 결정한 조선왕실의궤 등 일제강점기 수탈 도서의 일부를 이번에 노다 총리가 직접 가지고 올지도 관심사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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