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하는 日노다 총리는… 집권 1개월반 ‘안정-융화’ 노력, 영토문제-과거사엔 ‘원칙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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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지난달 초 취임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국정 1개월 반은 안정과 융화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노다 총리는 권력기반 강화와 국내정치 안정에 전력을 다했다. 야당과 당내 반대파의 ‘총리 흔들기’ 때문에 뜻을 펴지도 못하고 낙마하는 전임 총리들을 똑똑히 봐왔기 때문이다.

노다 총리 정치스타일의 핵심은 ‘낮은 포복 자세’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고개를 90도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8월 말 민주당 대표경선에선 스스로를 ‘도조(미꾸라지)’에 비유하며 “촌스럽더라도 미꾸라지처럼 땀 흘리며 노력하겠다”고 말해 의원들의 표심을 잡았다. 지방의원 때부터 최근까지 25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매일같이 지역구 전철역 앞에서 거리 연설을 해온 데서도 그의 성실함과 끈질김을 엿볼 수 있다. 총리가 된 후에도 1000엔짜리 초저가 이발소를 찾아 ‘서민 총리’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여론의 집중 비난을 받은 초대형 공무원 관사 건설 현장을 방문해 공사 중단을 지시했고, 농촌대책 발표를 앞두고는 농촌을 찾아가 농민과 대화를 나누는 등 현장 중시 행보도 눈에 띈다.

역대 다른 총리와 달리 실언(失言)으로 점수를 잃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취임 직후 측근과 내각에 엄명한 ‘처신 3원칙’을 보면 그가 얼마나 신중한지 알 수 있다. ‘쓸데없는 말 함부로 하지 마라’ ‘화려한 일 벌이지 마라’ ‘돌출행동 하지 마라’가 그것이다.

그는 총선을 앞둔 2009년 7월 ‘민주의 적-정권교체에 대의가 있다’라는 저서(사진)를 통해 정치인의 최소한의 자질로 세 가지를 들었다. 꿈, 긍지, 인정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3명의 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 후지사와 슈헤이(藤澤周平), 야마모토 슈고로(山本周五郞)의 소설에서 찾아냈다고 한다. 그는 자민당 정권의 정-관-경(政-官-經) 유착 시스템을 떠받치는 세력을 민주당의 적이자 주권자인 민중의 적으로 규정했다. 총리 취임 직후인 9월 초에는 월간지에 기고한 ‘나의 정치철학’에서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강조하면서 “중용이란 정치철학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다 총리는 스스로 “보수 정치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집단적 자위권에 찬성하고, 영토문제나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식에도 보수색깔이 배어 있다. 육상자위대 출신인 부친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보수적 정치엘리트를 양성하는 사설기관인 마쓰시타(松下)정경숙 1기 출신이기도 하다. 한국의 한 외교당국자는 그에 대해 “극우라기보다는 보수파 애국자 정도가 맞지 않을까”라고 평가했다.

현재 일본에선 노다 총리가 낮은 자세로 안전운행을 하고 있지만 적극적 리더십으로 성과를 낸 것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난제인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문제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대해 결론을 내겠다고 공언한 11월이 ‘총리 성적표’의 1차 관문이 될 듯하다.

그는 역대 총리 중 가장 적은 1774만 엔(약 2억6600만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고향인 지바(千葉) 현 후나바시(船橋) 시의 주택과 토지 외에 정기예금 260만 엔, 승용차 3대가 재산의 전부였다. 부인 히토미 여사는 정기예금 60만 엔을 신고했다. 노다 총리 부부는 주식이나 골프 회원권이 없고, 재무상이었던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 당시의 재산에서 변동이 거의 없다. 그는 대중연설 실력이 뛰어나고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우는 애연가에다 애주가이다. 유도 2단이며 격투기와 야구에 관심이 많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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