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의 대홍수 태국… 경제손실 6조원 육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50년 만에 태국을 휩쓴 대홍수로 집권 3개월 차인 잉락 친나왓 총리(44)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했다. 당장 잉락 총리가 포퓰리즘 비난을 무릅쓰고 내세웠던 친(親)서민 공약부터 표류하고 있다.

태국은 7월 말부터 중북부 지역에서 계속돼 온 홍수로 18일 현재 최소 315명이 사망했다. 태국상공회의소대학이 추산한 이번 홍수의 경제 손실액은 1567억 밧(약 5조8731억 원)으로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1.3∼1.5%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올해 태국의 GDP 성장률이 4.4%에서 3.6%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잉락 총리도 직격탄을 맞았다. 서민층에 제시한 공약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7월 치러진 총선에서 잉락 총리가 이끈 제1야당인 프아타이당은 쌀보조금 지급을 비롯해 공무원 임금 두 배 인상, 최저임금 40% 인상, 초등학교 입학생 전원에게 태블릿PC 지급 등 13개 공약을 내세워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그러나 공약 이행을 위해 드는 비용만 한 해 정부 예산의 4배에 달하는 약 1조8500억 밧(약 64조6000억 원)이어서 선거 때부터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 홍수로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 차출은 엄두도 내기 어렵게 됐다. 아피싯 웨차치와 전 총리는 잉락 총리에게 “위기 상태를 선포하고 올해 초 핵심 공약들을 미루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가적 재난사태를 수습하는 잉락 총리의 지도력에 대해서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임기 초반인 7월 말부터 홍수가 시작됐지만 잉락 총리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홍수로 태국의 대규모 공업단지가 잇따라 침수돼 자동차와 전기전자 관련 산업도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피해 지역인 중부의 아유타야 주의 5개 공단이 11일 모두 물에 잠긴 데 이어 17일에는 수도 방콕에 인접한 최대 공업단지 나바나콘이 침수됐다.

태국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저렴해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제조업 허브로 급부상하는 중이어서 공단의 침수 피해는 인근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국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60%에 이르며 연간 164만 대의 자동차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외국 기업 가운데 일본 기업의 피해가 컸다. 18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7일 현재 415개 일본 기업이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1900개사 가운데 20%가 타격을 받았다.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부품 부족으로 11일부터 조업을 중단한 데 이어 해외생산의 8%를 태국에 의존하는 도요타자동차도 최근 생산을 중단했다. 또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 전량을 태국에서 생산하는 소니도 부품 공급이 안돼 공장 문을 닫았다.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대다수가 방콕 남부지역에 위치해 큰 피해는 없지만 아유타야 주에 있는 전자부품업체 3곳은 조업을 중단했다.

한편 이번 홍수로 천연고무 작황이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면서 천연고무의 대체재인 합성고무를 생산하고 있는 한국 금호석유화학과 LG화학의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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