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당장 고쳐” 南기자에 행패… 北의 안하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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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누가 말했는지 밝혀” “이 자식아, 저리 꺼져”
美 세미나 참석한 北이종혁 등 연합뉴스 기자 불러 거친 항의
본보기자 녹음기 한때 뺏기도

“누가 이렇게 얘기했는지 당장 밝혀. 천안함 얘기는 일절 없었는데 누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야? 기사를 당장 고쳐. 이 자식이 기사를 소설로 쓰고 있어.”

18일 오후 5시(현지 시간)경 미국 조지아 주 애선스에 있는 조지아대 클래식센터 엠파이어룸 앞 복도. 한반도 문제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 소속의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과 고경원 세계인민들과의연대성 조선위원회 연구원이 한국의 연합뉴스 기자에게 고성을 마구 질렀다.

연합뉴스는 전날 비공개로 열린 토론회 내용을 전하며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한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남측 참가 인사들은 ‘북측이 북측 책임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면서 보다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 진전된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고, 북측은 미사일 문제 토론 때와는 달리 강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북한 대표단은 연합뉴스 기사를 보고받은 뒤 세미나실 옆에 있는 기자실을 찾아와 연합뉴스 기자를 복도로 불러냈다. 그러곤 발설자를 색출해야겠다며 누가 이런 얘기를 했는지 밝히라고 다그쳤다. 사뭇 위압적이었으며 연합뉴스 기자는 무척 당혹해했다.

북한 관리는 “회의에서 ‘천안함’ 얘기는 ‘천’자도 안 나왔는데, 남측의 이런 얘기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쓸 수 있느냐 말이냐”며 “우리가 도적질을 하지도 않았는데 앞으로 도적질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맹 실장은 반말로 “소설 쓰지 마라. 누가 그랬어? 누가 얘기했는지 지금 색출하고 있다”며 “당신들이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니까 우리가 남한 언론하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말이야”라고 기자들을 압박했다. 그는 또 연합뉴스에 대해 “안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서도 샌다”는 조롱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고 연구원은 현장을 취재하던 동아일보 특파원이 들고 있는 휴대용 녹음기를 빼앗아 녹음했는지를 체크한 뒤 다시 돌려주기도 했다. 맹 실장은 앞서 17일엔 동아일보 특파원에게 “내가 동아일보에 대해 할말이 많지만 일개 기자에게는 말하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어 토론회가 끝난 18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북측은 연합뉴스 기자를 다시 복도로 불러냈다. 북측 대표단장인 이종혁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아주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연합뉴스는 남북이 공동사업을 할 때 북한에서 취재할 수 없도록 취재단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며 “그런 책임을 당신이 어떻게 지려고 하느냐”고 강한 어투로 경고했다. 북측은 이 부위원장이 연합뉴스 기자에게 항의하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비디오로 촬영했다.

북측은 이후 실제로 연합뉴스 기자의 취재를 가로막았다. 이 부위원장은 동아일보와 SBS 기자의 질문에 몇 마디 대답을 했지만 연합뉴스 기자의 접근은 차단했다. 이에 연합뉴스 기자가 항의하자 맹 실장은 “뭐? 이 자식아, 저리 꺼져!”라며 밀쳐냈다.

연합뉴스는 첫 보도를 내보낸 지 7시간 뒤에 정정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복수의 세미나 참석자들은 “세미나에서 남측 일부 참석자가 ‘북한은 그동안 자기들이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유감이라고 한 바 있다. 이번에 유가족에 대한 위로라도 표현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는데 북한에선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첫날 세미나는 대부분 천안함 문제가 주제로 다뤄졌다고 전했다.

애선스=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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