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수도 반정부 물결 21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의 죽음은 중동 이웃 국가들의 민주화 시위를 재점화하면서 주말 동안 예멘에서 20여 명, 시리아에서 30여 명이 숨졌다. 사나=로이터 연합뉴스
“살인마 살레는 보고 있나? 지금 카다피가 어디에 있는지.”
22일 예멘의 수도 사나 내 ‘변화의 광장’에 모인 반정부 시위대들이 큰 소리로 외친 구호다. 이들은 “카다피의 군대도 결국 그의 목숨을 지키지 못했다”며 리비아 혁명기(왕정시대 사용된 삼색기)를 흔들어댔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죽음이 수개월째 가혹한 탄압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웃 나라 예멘과 시리아의 민주화 시위대에 힘을 불어넣으며 시위대와 정부군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22일 사나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정부군이 무력 충돌해 최소 20명이 숨졌다. 사나는 이날 온 종일 도시 전체가 매캐한 연기와 화염에 휩싸였다. 또 정부군에 맞서 하셰드 부족 연합을 이끌고 있는 셰이크 사데크 알 아마르 가문의 거점인 하사바 지역은 유령도시가 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1일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정권을 이양하라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시리아에서도 카다피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 나온 시민들이 21일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다 정부군과 충돌하며 3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지역조정위원회(LCC)는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의 퇴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감옥행에 이은 아랍 혁명의 ‘세 번째 승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우리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에 후퇴는 없다”고 밝혔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온라인에서도 계속됐다. 반정부혁명 단체 ‘시리아 혁명 2011’의 페이스북은 “알아사드, 이제 당신 차례가 왔다”며 대대적인 시위를 예고했다.
시리아 정부는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반정부 시위대를 무차별 진압해왔다. 유엔은 3월 15일부터 6개월간 계속돼 온 시리아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3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카다피의 죽음 이후 시위대가 군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들기 시작했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군 중 일부가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에 분노해 군을 이탈한 뒤 반정부 시위대에 합류했다는 전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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