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연쇄부도 최악 시나리오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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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 EU 정상들 ‘그리스 채무 절반 탕감’ 구제안 합의

10시간 밤샘 회의 유럽 정상들이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그리스 등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브뤼셀=AP 연합뉴스
10시간 밤샘 회의 유럽 정상들이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그리스 등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브뤼셀=AP 연합뉴스
유럽 은행들이 그리스가 갚아야 할 빚의 절반을 사실상 탕감해 주기로 하면서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실마리가 풀렸다. 또 유로존의 구제금융 기금을 2배 이상으로 늘리고 은행 자본을 확충하는 데 합의함에 따라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도 어느 정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연합(EU) 정상들은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10시간에 걸친 밤샘 마라톤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그리스 구제방안에 합의했다.

○ 그리스 채무 1000억 유로 줄어

유럽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은행 등 민간 채권자들의 그리스 채권에 대한 손실률(헤어컷)을 50%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손실률이 50%라는 것은 채권자들이 투자한 채권에 50% 손실을 본 것으로 인정한다는 뜻. 이에 앞서 7월 유럽 정부와 은행들은 손실률을 21%로 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정도로는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가 갚을 수 있는 수준까지 빚을 줄여줘야 한다”며 은행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손실률 확대를 사실상 강제한 것이다.

또 정상들은 유로존 구제금융 재원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현재의 4400억 유로에서 1조 유로 수준으로 확대하고 은행들이 내년 6월까지 1060억 유로의 자본을 확충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유럽 정상들의 이 같은 포괄적 합의로 그리스가 갚아야 할 채무는 약 1000억 유로가 삭감돼 국가부채 규모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60%에서 2020년 12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EFSF 기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그리스와 함께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채 발행이나 자금 조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7일 “그리스의 빚 부담은 이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유로존의 합의 소식에 이날 아시아 증시는 상승 마감했고 유럽 증시도 급등세로 출발했다.

○ 중국 등 신흥국에 손 벌리는 유럽

이번 합의로 그리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연쇄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막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닥친 발등의 불만 껐을 뿐 유로존 전반의 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길은 아직 요원하다는 평가도 있다. 은행의 손실률 확대 또한 사실상 그리스의 부분적 디폴트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1조 유로로 확충된 EFSF가 재정위기를 막는 데 충분할지, 또 기금 조달은 어떻게 할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구제금융 기금이나 은행 자본 확충에는 결국 각국의 세금을 투입해야 함에 따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벌써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중국이나 브라질 등 신흥 부국에 손을 벌리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당장 28일에 클라우스 레글링 EFSF 최고경영자(CEO)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의 EFSF 투자 문제를 논의한다.

긴급처방을 내놓은 유럽국가 정상들은 이제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위기 당사국들이 자국에서 긴축정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심각한 재정위기의 빠른 해결을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적어도 유럽 각국이 재정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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