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빈국 르완다, 학살의 땅에서 경제개발 희망의 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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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IT강국 한국 따라가자” 대통령이 진두지휘

한국 사진 걸어놓고 직업교육 르완다 키추키로 기술대학 안에 마련된 직업훈련원에서 정보기술(IT)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원은 없는데 인구밀도가 높은 르완다는 IT를 통한 국가재건을 꿈꾸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이 조성한 훈련원 곳곳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이미지가 가득하다. 키갈리=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한국 사진 걸어놓고 직업교육 르완다 키추키로 기술대학 안에 마련된 직업훈련원에서 정보기술(IT)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원은 없는데 인구밀도가 높은 르완다는 IT를 통한 국가재건을 꿈꾸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이 조성한 훈련원 곳곳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이미지가 가득하다. 키갈리=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3년전 靑 방문한 카가메 대통령 르완다 재건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폴 카가메 대통령(왼쪽)이 2008년 5월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DB
3년전 靑 방문한 카가메 대통령 르완다 재건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폴 카가메 대통령(왼쪽)이 2008년 5월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르완다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이석균 씨(40)는 아이패드를 통해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는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를 실시간 생중계로 보고 있다. 모두 와이파이(무선랜) 덕분이다. 키갈리의 웬만한 호텔이나 관공서에서는 모두 와이파이가 된다. 자원빈국 르완다가 ‘정보통신 강국’을 꿈꾸고 있다. 정보통신부를 대통령실 직속으로 뒀다. 르완다 정부는 한국을 정보기술(IT) 구축사업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2008년 방한 당시 한국의 IT 현장을 몸으로 체험한 폴 카가메 대통령은 이듬해 11월 “한국을 르완다의 경제성장 모델로 삼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르완다 정부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는 태양열 전지를 보급해 2년 뒤 전국에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보통신기술을 배우겠다는 르완다인들의 의지는 높다. 25일(현지 시간) 수도 키갈리에 있는 직업훈련원을 찾았다. 훈련원은 르완다 키추키로 기술대학과 기술고등학교가 있는 캠퍼스 안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4월 교육기자재 등 설비 일체를 지원해 만들어졌다. 카가메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석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훈련원을 만들어 달라”고 신신당부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는 곳이다.

IT, 자동차, 건축, 전기, 산업(용접 냉동기술)으로 나뉘어 있는 각 6개월간의 교과과정 중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역시 IT다. 한국에서 3개월 연수를 받고 이곳에서 다시 훈련원생을 가르치고 있는 키추키로 기술대학 전기공학부 이브 이네자 씨(24)는 “IT 강국인 한국에서 직접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했다. 키추키로 기술대학 조제프 학장(57)은 “르완다 사람들은 한국의 개발역사를 잘 알고 있다. 무에서 유를 만든 한국처럼 르완다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르완다 인터넷 인프라 구축사업의 주체도 한국 기업인 KT다. 2007년 진출한 KT는 광케이블망 구축 등 3개 분야에 총 1억533만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구축사업을 따냈다. 지난해 수도 키갈리를 포함해 전국 30개 지역에서 5개 인접 국경을 연결하는 2700km에 이르는 광케이블 구축사업에는 주민 87만 명이 동원됐다. 주르완다 KT 이용완 소장은 “르완다는 동아프리카의 IT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IT 컨설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검은땅에 새마을운동 새벽종 울렸다 ▼

수도 키갈리에서 남쪽으로 1시간가량 달리면 키가라마, 기호궤, 무심바 세 마을이 나온다. 맨 먼저 만나는 키가라마 마을 입구에는 영어로 ‘SAEMAEUL UNDONG’이라는 간판이 서있다.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인 경상북도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르완다판 새마을 시범마을이다. 이곳에는 현재 경북도에서 선발된 새마을 봉사단원 15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중 12명이 20대 초반∼3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다. 7월 파견된 이들은 14개월 일정으로 르완다 마을 내 식수 개발, 지붕 개량, 보건사업, 농업 지원사업 등을 돕고 있다. 르완다 시골에까지 ’코리아‘를 알리는 민간외교의 첨병들이기도 하지만 이구동성으로 “남을 돕는다기보다 내가 많은 것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정수연 씨(31)는 관공서 행정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르완다에 왔다. 정 씨는 “‘새벽종이 울렸네, 잘살아보세’ 정도의 구호로만 알고 있었던 새마을운동을 배우면서 새삼 한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됐다”면서 “이곳 시골사람들까지 한국은 잘사는 나라,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나라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봉사단원들은 전기와 물이 자주 끊기고 인터넷도 없는 지역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기호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박영주 씨(25)는 “직접 물을 길러다가 머리 감고 빨래를 한다”면서 “한국에 있을 때는 물이나 전기 같은 것은 으레 태어날 때부터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보니 그게 아니었다. 새삼 풍요로운 나라에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했다. 이 나라의 전기 생산량은 한국의 750분의 1 수준으로 전 가구의 10%만 전기와 수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르완다에 퍼지는 ‘아프리카판 새마을운동’은 수도 키갈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모든 차의 운행을 중단하고 전 국민이 청소를 할 정도다.

키갈리=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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