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험한 도박 “EU 지원안 국민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일 03시 00분


글로벌 금융시장 공포… 유럽-美 증시 급락세

유로존 국채투자 美 ‘MF글로벌’ 파산보호 신청

미국 선물중개회사인 MF글로벌이 지난달 31일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금융회사의 부도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그리스의 부채를 탕감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럽연합(EU) 정상들의 지난주 합의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드리우면서 1일(현지 시간) 유럽과 미국 증시가 급락세로 출발했다.

MF글로벌의 파산 신청은 리먼브러더스 워싱턴뮤추얼 월드컴 엔론 등에 이어 미국에서 자산 기준으로 역대 8번째이며 2008년 리먼브러더스 이후 미 금융회사로는 처음이면서 가장 큰 규모다. 단기로 자금을 빌려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국가의 국채에 ‘묻지 마 투자’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F글로벌이 유럽 재정위기의 첫 희생양이 됐다. 재정위기국에 죽음의 키스를 한 셈”이라고 평했다. 이 회사는 올봄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 고조될 시점에 고수익을 노리고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유럽 재정위기국가의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10월 말 현재 자산 410억 달러(약 45조 원) 가운데 63억 달러(약 7조 원)가량을 유럽 국채에 투자했다. 단기자금시장에서 외부 자금을 빌려 자기자본(12억 달러)의 5배가 넘는 투자를 했다. 손실률이 20%만 돼도 자기자본을 모두 잃는 투기를 한 셈이다. 최근 유럽연합 정상들이 그리스 구제방안에 합의했지만 이탈리아 스페인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값 하락)하자 불안감에 싸인 투자자들이 지난주부터 자금을 대거 빼가기 시작해 파산에 이르렀다.

미 금융감독안정위원회(FSOC)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CFTC) 및 연방준비제도(Fed) 등과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초 치러질 그리스의 국민투표에 대해 ‘위험한 도박’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1일 영국 3%, 독일과 프랑스 증시가 각각 장중 5%대의 급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이날 오전 10시 14분(현지 시간) 현재 2%대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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