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장기실업자 가운데 20∼24세 청년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실업자의 평균 실업기간은 9개월로 60년 만에 가장 길었다. 이 같은 취업난에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주택담보(모기지)채권을 추가로 매입해 경기를 살리기 위한 3차 양적완화 조치를 조만간 시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미국의 비영리 조사기관인 퓨리서치는 2일 미 노동부 실업통계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1년 이상 장기실업자가 9월 말 현재 정부 공식 발표 실업자(1404만700명)의 31.8%인 445만여 명이라고 밝혔다. 루이지애나 주 인구(440만 명)와 비슷한 수가 장기실업자 신세인 것이다.
20세 이상 노동인구에서 장기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연령층으로 보면 20∼24세 청년층이 3.1%(4만8200명)로 가장 높았으며 55세 이상(3.0%)이 그 뒤를 이었다. 청년 백수가 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회복이 실망스러울 만큼 더디다.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경제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례없이 강경한 어조로 미 경기 상황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취업난 이외에 경기회복이 부진한 이유로 주택시장 침체와 돈을 풀어도 가계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신용경색을 꼽았다.
버냉키 의장은 “주택시장의 침체 때문에 통화정책의 (부양)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며 “모기지 증권을 추가로 매입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며 제로금리가 2013년 중반 이후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2차례 양적완화 조치와 트위스트오퍼레이션 조치가 시중에 자금을 풀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앞으로 있을 3차 양적완화 조치는 주택시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은 FRB가 사실상 3차 양적완화 카드를 사용할 방침을 굳혔으며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보고 환영했다. 전날 그리스의 국민투표 실시 소식으로 급락했던 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1.53%, 1.61% 상승했다.
한편 FRB는 미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1월(3.4∼3.9%)과 6월(2.7∼2.9%)의 전망치에 비해 2차례에 걸쳐 2%포인트나 낮춘 것으로 심각한 경기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도 2%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봐 한국 등 수출 위주의 신흥국 경제에도 적색등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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