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은 2일 40여 분의 토론을 거쳐 ‘우리는 하나님을 믿습니다(In God We Trust)’가 미국의 공식 모토(official motto)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결의안을 396 대 9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미국의 건국 정신을 되새기는 기회’라는 의견과 ‘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정치적 공세’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냉전 초기인 1956년 미국의 모토로 공식 채택된 이 문구는 종교적 색채가 강해 국가 공식 모토로 적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종종 제기됐지만 ‘하나님이 세속적이고 의례적 의미로 쓰였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공식 모토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로 치면 국시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이 문구는 미국의 모든 지폐에 적혀 있으며 공공건물과 학교에도 새겨진 곳이 많다.
이 결의안을 발의한 랜디 포브스 의원(공화·버지니아)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미국인들의 정신적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며 상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보수 성향인 기독교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밝힌 제럴드 내들러 의원(민주·뉴욕)은 “실업, 재정적자 등 현안이 산적한 의회가 한가하게 모토를 재확인하는 결의안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의안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비난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방문 연설 중에 미국 모토를 ‘E pluribus unum’이라고 잘못 언급해 논란이 됐다. 이 라틴어 문구는 ‘다수로 이뤄진 하나(out of many, one)’라는 의미로 1955년까지 모토로 사용됐다가 ‘우리는 하나님을 믿습니다’에 바통을 넘겨줬다. 포브스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아직도 미국의 모토가 무엇인지 모르는 정치인이 있다”며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3일 “나도 하나님을 믿지만 하나님이 저절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며 “의회는 모토 재확인보다 일자리법안 통과에 관심을 쏟으라”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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