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졸자 ‘등록금 빚’ 사상 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작년 1인 평균 2만5250달러
장학금 축소-취업난 이중고

뎁 와인스타인 씨는 인생 진로를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저널리즘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학자금 빚에 짓눌린 처지가 됐다. 지원하기 전에 충분히 손익을 따져본 뒤 ‘남는 장사’라고 판단했지만 오산이었다. 5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지만 상당 기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졸업 후 어렵사리 광고카피라이터 임시직을 구해 대출을 상환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대출 상환을 연기하든지 아니면 복권 당첨을 기대하는 일밖에 없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대학생들의 불어난 학자금 대출이 미국 사회를 억누르는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최신호는 지난해 미 대학 졸업생의 1인당 학자금 빚이 평균 2만52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9년(2만4000달러)에 비해 5.2% 증가한 것이다. 미 학자금 대출 규모는 이미 지난해 신용카드 대출액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올해 9월 말 기준 학자금 대출 규모는 9300억 달러로 올해 말에는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와인스타인 씨의 사례에서 보듯 빚은 계속 불어나고 있지만 취업난으로 대학을 졸업해도 빚을 갚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최근 5년간 졸업생들의 사회 초년 수입은 3% 줄어든 반면에 빚은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들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재정적자로 대학에 지원하는 돈을 크게 줄이면서 장학금도 많이 줄어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개인 자산운용 자문에 응하는 패스트웹의 발행인 마크 칸트로위츠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녀들이 자라서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도 자신이 대학시절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며 “대출 상환 때문에 소비까지 위축돼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직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학자금 대출상환 방식을 대폭 개선해 상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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