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은 요즘 대기오염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시거리가 100m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도 문제지만 정작 논란이 된 건 정부 당국이 “별 문제 없다”고 강변하고 있어서다.
당국은 주중 미국대사관이 지난달 31일 베이징의 대기오염 정도가 ‘위험 등급’이라며 현지 미국인들에게 주의를 촉구한 데 대해 “측정 방법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일이 터졌다. 중국 지도부가 특별 제작된 공기청정기를 끼고 산다는 게 공개된 것.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이 몰려 사는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에는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으로 보급돼 있다. 공기청정기 제조사인 위안다그룹의 한 딜러는 홈페이지에서 “중난하이에 우리 제품이 최소 200개 이상 설치돼 있다. 거실, 회의실, 수영장 등 어디에나 공기청정기가 있다”며 “우리 제품 덕분에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자랑했다.
중난하이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건 베이징 올림픽 3개월 뒤인 2008년 12월부터. 중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대기 정화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올림픽이 끝나자 대기 질이 다시 과거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공기청정기를 들인 시점으로 미뤄 올림픽 이후에는 실제로 대기 정화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는 후 주석의 방과 인민대회당,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도 설치됐다. 지도자들은 밖에 나갈 때도 위안다그룹의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갖고 간다고 한다. 룽융투(龍永圖) G20그룹연구센터 비서장은 심지어 위안다그룹 홈페이지에 “대기오염이 심해서 차에서나 호텔방에서도 공기청정기를 쓴다”고 소개했다. 중국 정부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도 공기청정기를 선물했다.
한 누리꾼은 “고관대작들은 마시는 공기조차 우리와 다르니 민생에 신경을 안 쓰는 게 당연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중국 지도부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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