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분신 이번엔 여승… 11명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인도서도 동조 분신
中 “달라이 라마 세력이 조장”

중국에서 종교의 자유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요구하는 티베트인의 분신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오후 티베트 여승 1명이 분신해 숨졌다. 올해 들어 11번째다. 4일에는 해외에서 처음으로 티베트인이 동조 분신을 기도한 사건이 일어났다.

3일 오후 1시경 쓰촨(四川) 성 간쯔(甘孜) 티베트족자치주 다오푸(道孚) 현의 한 거리에서 35세 안팎의 티베트 여승이 분신해 숨졌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 여승은 종교의 자유와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요구하면서 분신했다. 이로써 올해 중국에서 분신했거나 분신을 기도한 티베트인은 모두 11명으로 늘었으며 이 중 최소 7명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4명의 상태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음 날인 4일에는 인도 뉴델리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한 티베트인 청년이 항의 분신을 기도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 청년은 몸에 불을 붙였으나 현장의 경찰에 의해 제지돼 가벼운 화상만 입었다.

티베트인의 연쇄분신은 올해 3월 쓰촨 성의 아바(阿패) 티베트·창(羌)족 자치주의 키르티 사원에서 한 티베트 승려가 항의 분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항의성 분신이 이어졌다.

이런 소식은 해외 티베트독립 사이트와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티베트인의 반중 정서를 급격히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처음으로 아바 현이 아닌 이웃 간쯔 주에서도 티베트 승려가 분신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아바 현 등 티베트인 밀집 지역에 공안을 대거 투입해 강력히 통제해 왔다. 또 외신 기자들과 외교관들의 이들 지역 방문을 불허하고 있다.

그동안 분신 소식을 사실상 외면해 오던 중국 관영 언론들은 4일부터 티베트인 연쇄분신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신화통신은 이번 사건은 최근 연쇄분신을 기획한 달라이 라마 세력이 부추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연쇄분신은 “티베트 독립세력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훙 대변인은 “소수의 극단적인 세력 이외에 각 종교는 생명을 존중하고 폭력에 반대한다”며 “이런 극단적 행위를 비난하지 않거나 조작, 선동하는 것은 인류의 공동 도덕에 반(反)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로브상 상계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는 이날 “연쇄분신은 중국의 티베트 지배가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상황의 엄중함과 긴박함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티베트인들에게 “극한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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