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과도 거국내각서 구제금융안 비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연정 협상 착수… 내년 2월 총선

그리스 여야가 내년 2월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합의하고 과도 거국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이 제안한 2차 구제금융안의 국민투표 회부 소동을 벌인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퇴임하기로 했다.

그리스 대통령실은 6일 성명을 통해 파판드레우 총리와 제1야당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가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의 중재 아래 2시간 동안 만나 “새 연정을 구성해 2차 구제금융안을 비준한 뒤 즉각 총선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과 신민당 대표들은 별도로 만나 총선을 내년 2월 19일에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니젤로스 장관은 “2월 19일로 정한 것은 새 연립정부가 (민간채권단과의) 국채교환 작업을 마무리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총리의 즉각 퇴진과 연내 조기 총선을 주장했던 신민당은 거국내각을 구성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자 한발 물러섰다.

파판드레우 총리와 사마라스 당수는 7일 회동해 새 총리와 각료 인선 논의를 시작했다. 일간지 타네아는 “드디어 그리스를 구하기 위한 커다란 첫걸음을 뗐다. 역사적인 날”이라고 표현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는 그리스 중앙은행장을 지낸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와 파판드레우 총리의 당내 정적이자 2인자로 내각 신임 후 명예퇴진을 관철시킨 베니젤로스 장관이 거론된다. 파파데모스 전 부총재가 총리를, 베니젤로스 장관이 부총리를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그리스발 위기는 총리 및 각료 인선, 조만간 있을 2차 구제금융안의 의회 승인, 내년 2월 조기총선 절차를 통해 거의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의 거국내각 구성으로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발도 크게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국의 주도권은 전격적인 연립정부 참여를 결정하며 주목을 받게 된 사마라스 당수와 여당을 실질적으로 이끌며 거국 내각에 참여할 베니젤로스 장관이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사마라스 당수는 사회당의 실정에 염증을 느낀 국민 정서와 높은 당 지지율을 이용해 2월 총선에서 집권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70년대 미국 애머스트대에서 유학할 때 파판드레우 총리와 룸메이트였을 정도로 가까웠던 사이다. 베니젤로스 장관도 당권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던 아픔을 딛고 내년 총선에 사회당 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