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비, 유럽주둔군 위주로 감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패네타 장관 “군인 은퇴수당-의료혜택 등 복지 축소”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대규모로 삭감될 수밖에 없는 미국의 국방예산이 어느 부문에서 줄어들지 윤곽이 나왔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사진)은 6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핵무기 감축, 신형 전투기 도입 유보, 유럽 주둔 미군 축소, 군인 은퇴수당 및 의료 혜택 삭감 등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국방예산을 4500억 달러가량 줄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미군 전력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장기적으로 지상군 규모의 일부 조정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패네타 장관은 “9·11테러 이후 계속 불어나 현재 연 7000억 달러까지 비대해진 국방예산을 줄이려면 과거 국방부 지출의 성역(聖域)으로 여겨졌던 사회보장 혜택과 해외주둔 미군까지 축소 대상에 올라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우선 2017년까지 1780억 달러를 줄여 예산을 5220억 달러로 낮출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핵무기가 감축 대상에 오르게 된다. 이를 위해 적의 공격 억지용으로 얼마나 많은 핵무기가 필요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패네타 장관은 구체적인 핵무기 감축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유럽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도 축소된다. 그 대신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의 군사력 향상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안보정책의 우선순위 지역인 아시아 주둔 미군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증강될 예정이다. 또 올해 말 이라크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대신 걸프 만 연안에 주둔한 미군도 그대로 유지된다.

패네타 장관은 북한과 이란의 지속적인 위협을 언급하면서 “미군은 그들을 억제하고 패퇴시킬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장기간에 걸쳐 유혈이 낭자한 전쟁과 안정화 작전을 치르기에 충분할 대규모 지상군을 북한과 이란 때문에 유지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2015년부터 미 육군은 57만 명에서 52만 명으로, 해병은 20만2000명에서 18만6600명으로 줄어든다. 패네타 장관은 감축 규모가 그보다 더 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차세대 전투기로 개발하고 있는 3군 통합 전투공격기 ‘F-35 JSF’ 도입은 축소된다. 당초 국방부는 앞으로 20년 동안 4000억 달러를 들여 2400대의 F-35 JSF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도입 시기를 늦추거나 도입 규모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패네타 장관은 은퇴 군인과 가족을 위한 의료보장 프로그램 ‘트라이케어’ 혜택이 줄어들고 퇴직금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방비 감축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공격과 방어 프로그램, ‘드론’ 무인정찰기 배치, 오사마 빈라덴 살해와 반군 진압 훈련 등에 투입됐던 특수부대 병력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패네타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4500억 달러 예산 감축만으로도 미국의 군사력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만약 초당적 특별위원회(슈퍼위원회)의 1조5000억 달러 재정지출 추가 삭감 협상이 실패해 국방 분야에서 6000억 달러가 자동 삭감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은 치명적인 군사력 열세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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