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 번째로 총리에 올라 역대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직을 누려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75)가 12일 마지막 내각회의를 주재한 뒤 공식 사퇴했다. 사퇴 소식이 알려진 뒤 하원 의사당 앞 몬테 치토리오 광장에는 군중 수천 명이 모여 “잘 가라. 실비오” “마침내 그가 떠났다” “이탈리아여 영원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로 얼싸안고 춤추며 환호했고 일부는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가 총리 관저를 떠날 때도 군중은 “어릿광대” “마피아” 등 야유를 퍼부었다. 그가 1974년부터 대저택을 사들이는 등 근거지로 삼아온 밀란 외곽 소도시 아르코레의 로살바 콜롬보 시장은 “아르코레는 이제 베를루스코니와 상관없다”며 “그가 아르코레로 돌아오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떠난 자리는 마리오 몬티 보코니대 총장이 채운다.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몬티 총장을 총리로 하는 거국 내각을 14일 공식 출범시키기 위해 13일 각 정당과의 협의에 들어갔다.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PdL)은 몬티 내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몬티 총장은 이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및 야당 지도자들과 연이어 회동하며 금융시장 안정과 부채위기 타개 방안을 논의했다.
몬티 총장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출신 관료들이 유로존 위기의 두 핵인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구출하기 위한 소방수로 떠올랐다. 몬티 총장은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냈고 4일 대통령궁에서 취임식을 가진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ECB 부총재를 지냈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 하원은 11일 상원을 통과한 연금 개혁과 국유재산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긴축 개혁안을 12일 찬성 380표, 반대 26표, 기권 2표의 압도적 지지로 가결했다. 개혁안은 1조9000억 유로에 이르는 국가부채를 줄이고 균형재정을 회복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20%→21% 인상 △2014년까지 공공분야 임금 동결 △2014년까지 150억 유로 상당의 국유재산 매각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11일 유럽증시는 독일(3.22%) 프랑스(2.76%) 이탈리아(3.98%) 등 대다수 국가가 상승세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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