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식 기술’ 마케팅 새 지평 연다

  • 동아닷컴
  • 입력 2011년 11월 14일 03시 00분


“가게 손님중 남성 비율은 61%, 평균 나이는 29세입니다”
남성 많으면 면도기 광고 나오고… 여성 많으면 생리대 광고 뜨기도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지하철에서 주인공 존(오른쪽)이 지나가자 그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거리 광고가 펼쳐지고 있다. 유튜브 홈페이지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지하철에서 주인공 존(오른쪽)이 지나가자 그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거리 광고가 펼쳐지고 있다. 유튜브 홈페이지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시시각각 거리의 광고가 바뀌는 장면이 나온다. 지하철역 곳곳에 배치된 카메라가 주인공 존(톰 크루즈)의 얼굴을 촬영해 파악한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렉서스 자동차와 기네스 맥주 등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식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얼굴 인식(facial recognition) 기술이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장면이 더는 공상과학 영화 속 얘기가 아니라고 12일 보도했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신탭(SceneTap)’은 얼굴인식 기능이 장착된 카메라를 사용해 술집의 분위기와 손님의 연령대, 남녀비율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예를 들어 시카고의 다멘 거리에 있는 맥주 전문점 ‘캔스(Cans)’를 클릭하면 ‘남성 손님의 비율은 61%, 남성 평균 연령 29세, 여성 평균 연령 25세, 가게의 분위기는 손님이 많아 열광적인(Crazy) 상태입니다’라는 상세한 정보가 뜬다. 현재 미국 시카고 지역에 있는 술집 50여 곳이 이 서비스에 가입해 드나드는 고객의 연령대와 성별 등을 감지해 통계를 내는 기능을 갖춘 화상캠을 설치했다. 밤문화를 즐기는 이들에게 특히 환영받고 있다.

이 기술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특성을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할 수 있어 인구 정보에 기반을 둔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이머시브 랩스는 최근 공공장소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연령대 성별 인종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광고 기술을 개발했다. 남성 통행자가 많으면 면도기 광고가 뜨고 여성이 많으면 생리대 광고가 뜨는 식이다. 이달 안에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에 이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신문은 이 기술이 익명성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의 얼굴인식 기술은 나이나 성별 등 간단한 정보만 추정할 수 있을 뿐 상세한 정보를 알아내거나 이를 저장해 활용할 시스템은 없는 상황.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로 개개인의 피부상태나 기분까지 파악해 관련 상품을 광고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카네기멜런대의 알레산드로 애퀴스티 교수는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조차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술이 진화되면 공공장소에 있는 사람들의 신상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굴인식 기술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페이스북이 선보인 태그 제안 서비스가 비난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태그 제안 서비스는 이용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친구의 얼굴을 인식해 이름이 입력되는 방식이다. 구글의 사진편집 소프트웨어인 ‘피카사(Picasa)’나 애플리케이션인 ‘포토태거(Phototagger)’ 등도 사진을 통해 자동으로 사람을 찾아주는 기능이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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