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새 총리 지명자 몬티가 풀어야 할 숙제 산더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4일 07시 22분


13일 오후(현지시간) 유로존 3위 경제국 이탈리아를 이끌 새 총리에 지명된 마리오 몬티(68)의 앞길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당장은 내각 구성을 완료해 상·하 양원의 신임투표를 통과함으로써 차기 정부를 공식 출범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정부 출범 후에는 이탈리아가 더이상 유로존 위기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작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달하는 총 1조9천억 유로의 정부부채를 2013년 말까지 성공적으로 감축시켜야 한다.

만성적인 저성장과 고실업,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조직을 수술해야 할 임무도 몬티 지명자 앞에 놓여있다.

●거국내각 구성=몬티 총리 지명자가 이끌 비상 거국내각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전문관료 중심의 인사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장관에는 로렌조 비니 스마기 유럽중앙은행(ECB) 이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나머지 부처에도 정치색이 옅은 인사들이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정파가 몬티 내각에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경제위기가 심각하고 새 정부 출범을 늦출 경우 시장과 여론의 압력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당수는 "위기가 심각하고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제위기 타개에 초점을 맞춘 관료 중심 내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소속된 최대 정파 자유국민당(PdL)의 안젤리노 알파노 사무총장은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내각 구성 문제를 협의한 뒤 기자들에게 관료 중심의 내각이 꾸려지기를 희망한다면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반대했던 야당인사들이 포함돼선 안된다"고 조건부 지지 입장을 밝혔다.

베를루스코니의 오랜 동맹이었던 보수 북부연맹의 반대는 중대한 걸림돌이다.

북부연맹은 이탈리아 산업의 중심지인 밀라노 등 북부 지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몬티 내각으로서는 경제위기 타개에 있어서 반드시 협조를 얻어야 할 대상이다.

한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12일 사임 직전 몬티 지명자와 만나 자신의 최측근인 지아니 레타 전 내각차관을 기용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레타 전 내각차관 본인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현지 신문들이 보도했다.

●경제개혁 실행=몬티 지명자는 나폴리타노 대통령으로부터 조각권을 부여받은 직후 기자들에게 허약해진 재정 시스템을 치유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국채 금리를 떨어뜨림으로써 외자 도입 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국채 물량만 3천억 유로에 달해서 머뭇거릴 틈이 없다.

몬티 지명자가 EU 집행위원을 지내면서 쌓아온 국제적인 인맥, 유럽연합(EU) 수뇌부와 국제금융기구 수장들의 신뢰는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스 레글링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총재가 금융시장이 계속 동요하면 이탈리아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또 몬티 지명자가 이끌 내각의 기본 임무는 지난 11일과 12일 상·하 양원을 통과한 경제 안정화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EU에 약속한 경제안정화 방안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세금 감면, 국유재산 매각을 통한 150억 유로의 재원 확보, 2026년까지 연금 지급연령을 67세로 상향 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포함돼있다.

이 중에서 연금 지급 시기 연기와 노동시장 유연화는 노동계와 서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항목이다.

공무원 재배치와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방안도 있어서 공무원 조직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이탈리아는 구제금융을 투입하기에는 경제규모가 너무 크다고 유로존 지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에 구제금융을 투입할 경우 1조4000억~1조5000억 유로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며, 이는 EFSF 등의 지불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자력구제에 성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경제 규모가 크고 다변화돼있는데다 은행업이 건전하고 연간 재정적자가 크지 않아 강도높은 부채 감축과 성장 회복 정책을 사용하면 예상보다 빨리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이 있다.

반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처럼 이탈리아의 문제가 유동성 부족이 아닌 지불능력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해결이 어려우며 결국 유로존을 탈퇴하고 리라화로 복귀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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