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國으로 커지는 ‘환태평양 FTA’… 한미FTA가 방아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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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이어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태평양 연안 국가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기로 해 TPP가 세계 최대 FTA로 판이 커지고 있다.

이미 4개 나라가 가입했고 미국 등 5개국이 참여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이들 3개국까지 가세하면 TPP는 유럽연합(EU)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된다. 이처럼 TPP의 급격한 확대를 촉발한 핵심 요인은 바로 한미 FTA다.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가 통과돼 한미 자유무역시대가 코앞에 다가오자 이에 자극받은 일본 정부가 과감한 도전장을 던졌고, 곧바로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도 결단을 내린 것이다.

○ 아시아 시대의 서막?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13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 TPP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 당국자는 “멕시코도 TPP 참여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2005년 4개국으로 시작한 TPP는 미국을 포함해 관련국이 모두 12개국으로 늘어난다. 통상교섭본부 고경석 FTA 정책기획과장은 “미 의회의 한미 FTA 협정 비준으로 다급해진 일본이 참여함으로써 TPP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며 “세계 1, 3위인 미국과 일본이 TPP에 참여한다면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기준으로 할 때 EU는 세계 GDP의 24%를 차지하지만 TPP 회원국 중 미국과 일본의 GDP만 합쳐도 32%나 된다. 주요국이 참여하는 TPP에 참여하지 못할 때 입을 경제적 불이익을 염려해 참여국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상호 간에 이미 자유무역을 하고 있지만 캐나다와 멕시코는 아시아 시장의 자유무역 기회를 미국 혼자만 누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 태평양에서 벌어질 삼국지

TPP가 실제로 출범하는 데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데다 한 국가만 반대해도 가입하지 못하는 규정이 있어 덩치 불리기 과정에서 마찰음이 예상된다. 미중일이 생각하는 셈법도 각자 다르다.

미국은 TPP 협상에서 도하라운드 등 기존 다자 간 무역협정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을 요구할 게 확실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3일 APEC 정상회의에서 “TPP는 미래의 무역협정을 위한 모델이 될 것”이라며 “(일본은) 높은 수준의 합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PP는 농업을 포함한 모든 부문의 관세 철폐(90%까지)와 지식재산권, 서비스 부문, 정부 조달 및 경쟁 정책 등을 포괄하는 내용이다.

미국뿐 아니라 농축산물이 주요 수출국인 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이 일본에 강도 높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일본은 이 같은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 흐름에 당혹해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TPP 회원국 가운데 어느 나라도 TPP 참여를 요청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왕따’가 되어 가는 분위기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세력 확대를 경계하려는 미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러 경로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TPP가 확대되면 결국 참여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