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통일자문위원회 창립기념식 참석차 방한한 라이너 에펠만 전 독일 연방의회 의원(사진)은 1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독일 통일 이후 사회통합의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에펠만 전 의원은 과거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자신의 대변인으로 뒀던 정치인이다. 동독 체제 아래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통일과정에서는 동독의 군축과 슈타지(비밀경찰) 청산에 핵심 역할을 했다. 1990년 베를린장벽 붕괴 후 실시된 첫 민주선거에서 동독 군축담당 장관으로 발탁됐다. 1998년 이후 동독공산당(SED) 독재행위조사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에펠만 전 의원은 “통일 이후 각종 제도를 통합하려 애썼지만 그중 가장 어려운 게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동서독 사람을 다시 묶는 일이었다”며 “통일 후 5∼10년이면 동독의 사회 경제 수준을 서독만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독의 내독관계성(통일부에 해당)이 갖고 있던 동독에 대한 정보도 막상 통일이 되고 보니 산업구조, 생산성 등 하나도 맞는 게 없었다”며 “한국도 북한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1990년 당시에는 통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랐고, 차라리 몰랐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었다”며 한국도 통일재원 마련을 비롯해 사회적 합의를 미리 만들어 가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에펠만 전 의원은 통일에는 비용만 드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 이후 독일 사회에 생긴 각종 문제가 통일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니고 지난 20년간 통일의 성과는 결과적으로 긍정적이었다”며 “역대로 독일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통일을 이룬 지금처럼 우호적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와 동행한 호르스트 텔치크 전 연방총리실 부실장도 “파산 상태인 북한 경제를 어떻게 지탱시킬 것인지, 그리고 대규모 난민 발생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지가 한반도 통일 준비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해 통일재원 준비 제의는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독통일자문위 출범식을 갖고 매년 양국이 번갈아 총회를 개최함으로써 독일 통일의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자문위는 양측 간사인 김천식 통일부 차관과 크리스토프 베르크너 독일 연방내무부 정무차관을 포함해 전현직 정부 고위 관계자, 중진 학자, 언론인 등 양측 12명씩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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