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美 ‘안락한 노후’ 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경기침체로 65∼69세 36%가 계속 노동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사는 치과의사 부머 씨(65)는 요즘 손자와 함께 장차 치과의사가 되려는 인도인들에게 온라인 조언을 해주는 웹 서비스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젊은 시절 계획대로면 이미 은퇴해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었겠지만 그에게 닥친 현실은 달랐다. 몇 번의 경기침체로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한 자금이 날아갔으며 집을 팔아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는 계획도 부동산 침체로 여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노년에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비명을 들으며 진료를 계속하기도 싫었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선 것이다.

열심히 일한 뒤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꿈꾸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미국인들은 골든 에이지(Golden Age)로 부를 만큼 노후 생활에 의미를 부여해 왔다. 하지만 이런 노후 생활이 사라지고 일하는 고령 인구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저축한 돈은 쪼그라들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의 원리금은 계속 갚아 나가야 해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내 65세 이상 노동자 비중은 높지 않았고 보편적인 은퇴 연령은 65세였다. 하지만 최근 65∼69세 고령자 가운데 36.5%가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체 노동인구에서 10명 가운데 2명(17.4%)은 65세 이상 고령자들이었다.

고령 노동인구가 늘어난 데는 2009년부터 근로 소득이 있다 하더라도 은퇴 후 지급받는 사회보장 연금에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 상황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할 만큼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 미국 내 55∼64세 인구의 40%가량은 개인 퇴직연금계좌를 갖고 있지 않으며 25%가량은 주식 또는 채권 한 종목만을 보유하고 있다. 1999∼2008년 독일의 저축률이 10%에 달하는 동안 미국 국민은 빚을 끌어다 소비에 치중하면서 저축률이 4%에도 미치지 못한 후유증을 노년에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