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정적자 감축 합의 실패… 의회 슈퍼위원회 해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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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민주-공화 서로 책임 떠넘기기
S&P, 2년내 신용강등 경고

산더미 같은 나랏빚을 줄이기 위해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만든 슈퍼위원회(특별위원회)가 결실을 보지 못하고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6인의 위원을 둬 12인 위원회로 올해 8월 출범한 이 위원회는 향후 10년 동안 1조20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만든 초당적 기구.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핵심 쟁점 사항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부자 감세(減稅)를 없애고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공화당은 민주당의 선심성 사회보장정책 지출을 우선적으로 줄이자며 팽팽한 평행선을 달렸다. 본래 23일 자정까지가 합의 시한이지만 합의에 도달했을 경우엔 48시간 이내에 합의 내용을 공개하기로 한 약속에 따라 21일 자정이 사실상 데드라인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양당이 당초 약속한 대로 2013년부터 향후 10년간 1조2000억 달러 예산삭감은 자동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조200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인 6000억 달러는 국방비 지출에서 줄여야 한다. 지금보다 10%가량 국방비를 감축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메디케어 지출의 경우 2%가 자동 삭감된다고 미 의회예산국(CBO)은 추산했다.

위원회 소속 민주 공화 양당 위원들은 20일 방송 토크쇼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서로를 비난하면서 합의 실패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 양보와 합의에 익숙한 미 의회이지만 위원회 임무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에 대한 돈줄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고 당장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로에게 유리한 돈줄을 끊기에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예산삭감과 세금인상은 맞물려 있는 과제라면서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올리지 않고선 예산삭감에 한 발짝도 나서기 어려웠다며 세금인상에 반대한 공화당을 비난했다.

12인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패티 머리 민주당 상원의원(워싱턴 주)은 CNN의 시사프로그램인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로비스트 눈치를 보는 공화당 의원들이 있는 한 이 협상은 당초부터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측 공동위원장인 젭 헨살링 상원의원(텍사스 주)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많은 예산을 감축할 수 있는 메디케어(노인건강보험)와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민주당이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아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까지 워싱턴 정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고 깡통을 도로에 차 내팽개쳐버리는 워싱턴 정치문화가 재정적자 감축협상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의회는 막판까지 머리를 맞대면서 어떤 카드를 버릴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막판 극적 합의를 촉구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S&P는 이날 “미국 부채가 현 추세대로 계속 늘어날 경우 향후 2년 안에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또 한 차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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