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떡없던 中경제도 흔들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부동산 거래 1년새 39%나 감소… 은행 부실 위험 커져

국제사회가 유럽 재정위기의 급한 불을 끄느라 허덕이는 가운데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안전판 역할이 기대되던 중국 경제에도 잇따라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약 720조 원)의 내수경기 부양과 건실한 경제 성장(2008년 국내총생산 증가율 9.6%)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을 견인했던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10월 중국 주요 15개 도시의 부동산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나 줄어드는 등 경기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10월 전국의 부동산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11.6%가 줄어 9월 감소율 7.0%보다 4.6%포인트 높아졌다”며 “중국 경제의 13.0%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는 세계 경제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거래 부진은 개발업자의 은행 대출 상환을 어렵게 만들어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09년과 2010년 경기 활황세를 타고 대출이 크게 늘어난 후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적하는 것도 은행권의 부실 확대다.

시중 자금난 심화로 중국 금융당국이 2008년 12월 이후 줄곧 인상해 온 대형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연내에 낮출 것을 고려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하이증권보는 지난 12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하는 가운데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시중 자금난이 현실화함에 따라 통화정책도 미시 조정되는 차원을 넘어 지준율 인하 등 확장적 기조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중국 경제가 유럽 경제 위기의 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자료를 인용해 10월 위안화 순유출(판매)이 248억 위안으로 2007년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유입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9월 2470억 위안 순유입에서 크게 돌아선 것이다. 이에 대해 신문은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팽배한 데다 위안화 가치가 더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자금을 빼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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