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두 현장]튀니지, 제헌의회 닻 올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희망과 단죄의 역사적 현장

역시 ‘아랍의 봄’의 선두주자다웠다.

국민의 힘으로 독재자를 축출한 중동 민주화 도미노의 발원지로 지난달 평화롭고 공정한 자유선거를 치러낸 튀니지에서 22일 첫 제헌의회가 열렸다. 올해 초에 꽃핀 재스민 혁명이 마침내 첫 열매를 맺은 것이다.

개회식에 참석한 의원 및 고위 인사들의 표정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이날 개회식은 수도 튀니스 외곽에 있는 바르도궁에서 열렸다. 1881년 프랑스와의 보호령 조약이 체결된 역사적 장소이자,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대통령 독재 시절의 ‘거수기’ 의회가 열리던 곳이기도 하다.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엔나흐다당의 라체드 간누치 대표는 “신과 민주화 운동의 순교자들, 그리고 이 역사적인 날을 위해 싸운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전체 217석의 튀니지 의회는 새 헌법을 제정하고 차기 총선까지 나라를 이끌 총리와 내각을 지명한다. 총선에서 승리한 온건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다당은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인 공화의회당(CPR), 중도좌파를 표방한 에타카톨당과 이미 연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엔나흐다당의 하마디 제발리가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총리를, CPR의 몬세프 마르주키가 실권이 없는 상징적 직위인 대통령 자리를 각각 맡기로 했다. 의회 의장엔 이날 에타카톨당의 무스타파 벤 자파가 선출됐다.

이날 바르도궁 주변에는 시민 1000여 명이 모여 제헌의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여성단체 회원들은 새 정부가 여성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들도 모여 국가 보상을 요구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경찰 단속에 항의한 분신자살로 민주화 운동에 불을 지핀 청년 행상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어머니도 모습을 보였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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